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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신화의 배경이 된다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가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 삼신인이 벽랑국 3공주를 온평리 해안가 연혼포에서 맞아들여 혼인지에서 합동으로 결혼했다는 이야기가 섬 제주 스토리텔링의 정점에 놓여 있다. 혼례를 올리고 신방을 차렸다는 신방굴은 입구가 하나지만 들어가면 세 개의 동굴로 나뉜다. 이런 이야기를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면 참으로 로맨틱하게 받아들이는 표정을 볼 수 있다. 그 아름다운 이야기는 문자 기록 이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신화라는 형식을 빌어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렵생활을 하던 세력이 바다 너머에서 가축과 오곡의 씨앗을 가지고 들어온 농경세력과 갈등이나 전쟁이 아니라 평화롭게 결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갔다는 탐라 개국 시기의 마인드가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그 융합의 시발점이요 배경 무대가 온평리라고 하는 사실을 신화 속에 명문처럼 새겨놓았다. 역사적으로 수렵과 농경이 만나서 해양세력이 번창했을 것 같은 이 지역에서 화합을 모색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가슴 벅차다. 이른바 씨족사회에서 부족연맹체 고대국가로 발전하는 토대가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탐라 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화갈색 토기가 발굴되는 것으로 보아 온평리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화도 사람이 사는 곳에서 생성되는 것이니까. ![]() 강대훈 온평리 이장 마을 어르신들이 공통적으로 설명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엄격한 불문율이 지배한다. 이간질을 가장 배척하는 전통적 풍토. 그것이 세대를 이어 내려오면서 마을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자양분이 됐다는 것이다. 강대훈 이장에게 온평리가 보유한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간명하게 '집단적 승부욕'이라고 대답했다. 주변 마을들이 온평리에 대해 제주어로 '모다들기' 선수들이라 혀를 내두른다. 다른 마을과의 경쟁에서 지고는 못사는 사람들. 단순하게 결속력이나 단결력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부족한 '정신적 결합체'라고 표현하고 있다. 도 단위 문화행사에서 다른 지역은 읍면의 각 마을에서 차출하거나 연합해 참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성산읍은 온평리민들만 참여를 해도 그 정도의 인원과 역량이 발휘된다고 하니 아직도 수눌음공동체 정신이 왕성하게 살아 있는 마을이라 해야 할 것이다. 천혜의 자연자원과 역사, 신화적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져 제주의 대표적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바탕이 충분한 마을. 혼인지를 단순하게 삼성신화의 일부분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탐라국이라고 하는 고대국가의 형성과 성격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문화관광자원으로 성장시켜야 할 숙제를 결국 행정당국의 인식전환에서 찾는다. <시각예술가> 혼인지축제 청사초롱 든 나무 <수채화 79㎝×35㎝> ![]() 청사초롱이 가지는 도드라진 보색대비와는 대조적으로 주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정겹다. 소실점 끝에는 바닷가 정자와 아스라이 수평선이 보이고 길은 등불보다 밝게 빛난다. 신화를 향유할 수 있는 21세기 마을이 과연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될까? 행복이라고 하는 단어는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정서의 총량과 질적 풍요에서 오는 것이라 확신하게 되는 마을에서 감히 그린. 신화 속 바닷가 <연필소묘 79㎝×35㎝> ![]()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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