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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탁의 백록담] 청년 위한 건강한 생태계가 필요한 이유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25. 10.13. 03:00:00
[한라일보] 청년들이 쉼 없이 빠져나가면서 제주가 빠르게 늙고 있다. 교육, 창업, 투자, 주거, 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의 성장·자립을 지원하는 제도와 인프라, 문화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제주 청년인구의 유출은 2023년 8월부터 28개월째 이어지며 매우 심각하다. 이로 인해 읍면지역은 소멸 위기에 놓여 제주도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상황은 요원하다.

최근 제주 청년들이 '검은 돈'을 세탁하는 조건으로 중국 범죄조직으로 부터 돈을 받았다가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된 일이 있었다. 서귀포경찰서가 검거한 11명(구속 6명, 불구속 5명) 가운데 9명이 제주의 20·30대 청년들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의 대가는 5000만원과 '빨간줄' 하나씩이다. 피해자만 288명, 피해액만 334억원으로 중국 범죄조직만 배를 불린 셈이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할 수 없다지만, 개인적인 일로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청년들이 제주에서 제대로 살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이 안 돼, 이러한 문제는 언제든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의 청년 생태계는 실로 불안정하다. 부동산 가격은 서울에 이어 전국 2위 수준으로 높은 반면 월급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4월 시도별 임금·근로 시간 조사 결과'를 보면 왜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려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근로자 1인당 임금이 서울 476만5000원, 전국 평균 421만5000원인데 제주는 327만9000원에 불과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적어 만년 꼴찌다.

반면 주거 안정에 필요한 집값은 평균 임금에 비해 턱없이 높다. 제주에서 아파트 한 채를 팔면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같은 규모의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야말로 버는 돈은 적은데 내 집 마련은 한낱 '희망사항'이다. 이러니 정든 고향을 버리고 서울로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이미 '데드크로스'가 진행된 제주의 현실은 과연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 반문한다. 청년을 위한 정책은 제대로 시행되고 있으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생태계는 조성됐는지 말이다. 결코 아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복구를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청년을 위한 생태계인 창업·투자, 주거·정주, 일자리·문화 등 다양한 영역이 상호 연계된 청년의 도전과 성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복합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행정당국은 제주사회의 생존이 달린 청년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말로만 '지속 가능한'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주 청년이 고향에서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고, 나아가 타 지역 유능한 청년들이 제주에 들어와 깃들어 살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인사나 선거에만 관심을 둘 때가 아니다. <백금탁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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