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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근무하다 해외 투자 유치 나선 박홍철 대표 [제주人]
[제주 출신 경제 스토리](4) 박홍철 (주)크로스밸류파트너스 대표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 발굴 투자에 자부심”
은행 해외 부법인장 거쳐 기업-투자자 잇는 사모펀드 설립
“해외 자본 유입이 성장 동력… 기술·인재가 한국의 경쟁력”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입력 : 2025. 10.10. 01:00:00

지난달 17일 크로스밸류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난 박홍철 대표가 자신의 투자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한라일보]한라일보는 제주 출신 기업인들의 활약상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어온 제주 출신 기업인들을 조명하고, 국내외 환경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그들의 경험과 조언을 듣기 위함이다. 시리즈 네 번째 인물로 국내 굴지의 은행에서 근무하다 기관전문 사모펀드를 설립, 홍콩과 서울에서 기업과 투자자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박홍철 (주)크로스밸류파트너스 대표를 소개한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아시아 국가 중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엄청난 K-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시장 규모가 작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문제, 우리가 갖고 있는 정치적·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의 걸림돌이 되기는 하지만 결국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탁월한 기술과 인재를 중요하게 보고 좋은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에 대한 반감이 있는데 더 많은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우리나라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17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박홍철 대표는 홍콩과 서울에 기반을 둔 (주)크로스밸류파트너스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가 5년 전 설립한 크로스밸류파트너스는 기관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서 주로 홍콩이나 아시아권에서 펀딩한 해외의 자금을 국내에 투자하거나, 반대로 국내 기관들이나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처를 찾을 수 있도록 교차투자를 돕는 일을 한다.

그가 안정적인 은행원으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선택한 일이다.

박 대표는 제주 교대부속초등학교, 제주중앙중, 제주사대부고를 졸업, 제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고교 졸업 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경영학 학사, 국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국내로 들어와 우리은행에 입사했고, 부동산신탁팀과 글로벌사업부에서 투자 관련 업무를 오래 했습니다. 회장 비서실 근무를 거쳐 우리은행 홍콩 투자법인의 부법인장으로 발령받아 해외 근무를 하게 됐지요."

이 같은 기회를 통해 홍콩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BGC라는 외국계 증권사의 해외채권담당 상무로 영입돼 국내외 금융 관련 일을 하게 됐다.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홍콩에서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운용사인 올림퍼스 파트너스의 대체투자 담당 상무 및 파트너 자리에 발탁됐다. 그동안은 회사의 직원 신분이었다면 주주인 파트너가 되면서 경영진이 된 것이다. 그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이 아닌 부동산, 사모펀드, 원자재, 벤처기업 등 실물자산이나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부문에서 수익을 많이 올렸다. 국내외 네트워크가 탄탄히 쌓이면서 홍콩에서 약 4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출자를 받게 되고, 국내와의 시너지를 위해 기관전문 사모펀드 라이선스를 받은 크로스밸류를 설립했다.

박 대표는 "오랜 시간 금융 마켓에서 일하며 홍콩 및 아시아 투자자들의 신뢰와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면서 "홍콩과 아시아의 중소형 사모펀드들이 한국에 투자하려 할 때 저희와 연계해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기업에 투자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 후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다.

급격한 산업화 이후 제조업 기반으로 한 많은 좋은 기업들이 생기며 기업 자원이 많아졌고 이제는 IT를 넘어 콘텐츠까지 수출하니 외국인들이 투자 가치를 매우 높게 보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평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인이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거나 보수적인 시선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투자와 성장은 함께 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는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많은데 국내 시장이 작은 데다가 대기업과의 경쟁 시스템에 치이고, 자금력도 부족해 헐값에 매각되거나 성장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글로벌 성장을 원한다면 우리 내부에서부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를 하고 그 기술을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에 진출시켜 외국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해외와 국제적으로 시간차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지요."

박 대표는 투자 대상을 정하는데 기준을 갖고 있다. 회사가 좋은 취지로 운영되고 있느냐와 성장 가능성이 있느냐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주주와 경영진의 기업 운영 철학과 태도도 중요하게 본다. 그가 최근에 주력한 분야는 ESG(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관련이다.

"환경 보호의 측면도 있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관련 규제가 엄청나게 생겨났습니다. 기업이 ESG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죠. 투자업계에서도 ESG 관련 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가 생겨날 정도입니다."

그의 회사가 투자하고 있는 '한국 그린데이터'의 경우 AI를 기반으로 에너지절감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다. 디지털에너지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시설운영 에너지 소비에 따른 문제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실현하는 기업이다. 해외 탄소배출권까지 연계하고 있어서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또 다른 투자 기업인 '브이드림'이라는 스타트업은 장애인 고용을 창출시키는 회사다. 우리 법률에 100인 이상 고용 회사에 대해 장애인 고용 규정이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고 싶지만 장애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여러 가지 비용이 수반돼 차라리 벌금을 내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이 회사는 장애인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 관리 등을 구축, 장애인과 기업을 연결해서 수익 창출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런 ESG경영 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을 일찍 발굴해서 투자하고 성장시키는데 일조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창업 초기에는 제주도 출신인 만큼 제주 투자 건도 검토했었지만 여러 제도적인 제약 조건 등 정확한 투자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 2년 전부터 강원도에 있는 티롤빌리지 리조트에 투자해 대관령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주 현장을 방문해 운영 상황을 점검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제주의 경우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봅니다. 이대로 살 것이냐. 좀 더 큰 다음 단계로 올라갈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죠. 다음 단계를 원하면 글로벌기업이 우리나라, 제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 경쟁 속에 성장이 있고 고용도 창출된다고 봅니다."

그가 업계에 몸담으면서 절감하는 것은 누구나 기업가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빵집을 운영하더라도 내 아이디어를 갖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겠다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의 성장과 꿈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성장을 이끌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업가가 많이 나오고 오래된 기업이 있을 때 나라가 성장하고, 그 안에서 고용 창출과 함께 또 다른 기업이 만들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누구나 기업을 만들어서 사모펀드에 팔 수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에 제주출신은 그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종사자들은 거의 해외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낸 뒤 창업한 경우가 대다수다. 그는 국내 은행에서 근무했기에 안정적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해외에서 투자와 성장의 기회를 보고 도전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돈을 가치 있게 관리하고 투자하는데 주력해 학벌·경력도 아닌 결과물로 인정받아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원도 티롤빌리지 리조트는 인수한 뒤 제가 직접 업무를 체크하고 현장을 점검합니다. 그렇게 투자자의 믿음을 얻게 된 것이고요."

제주도는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엄청난 자연과 환경을 갖고 있지만 발리나 태국처럼 세계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관광지 순위에 오르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박 대표는 제주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제주는 너무 아름다운 사람인데 가꾸지 못한 경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성장의 발판을 우리 세대에서 만들기를 바랍니다. 제주도가 국제적인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저도 제주출신 경제인들과 함께 역할을 하겠습니다." <서울=부미현기자 bu8385@ihall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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