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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의 문화광장] 어느 제주 건축가의 ‘젊은 건축가상’ 수상을 축하하며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5. 09.16. 03:00:00
[한라일보]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건축계에는 여러 건축상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다. 최근 제주 건축계에도 의미 있는 낭보가 있었다. '2025 젊은 건축가상'에 제주에서 활동하는 이창규·강정윤 건축가(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가 선정됐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해온 '젊은 건축가상' 제도는 45세 이하의 신진 건축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건축 문화적 측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건축 작품에 시상하는 일반적인 건축상과 달리 건축가에게 수여된다는 점에서 더욱 명예로운 상이라 할 수 있다. 심사 과정을 보면 열정적이고 진중한 태도를 지닌 신예 건축가들의 건축적 주장이 치열하다. 그 중심에 제주 건축가가 서 있다는 것도 대단한데, 훌륭한 성과까지 이뤘으니 건축계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으로서도 축하할 일이다.

한 모임에서 '관찰과 기록을 통해 찾아낸 감각의 언어들'이란 주제로, 이 부부 건축가의 건축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제주에서 건축 학업을 마친 후 서울의 '구가 건축사사무소'(대표 조정구)에서 실무를 쌓고, 두 사람이 부부로 만나 다시 제주에 돌아온 후 10년 동안 제주 건축가로 살아온 얘기다. 당시 선배 건축가들이 건축의 지역성을 주제로 여러 담론을 펼치고 있었지만, 실제 전통 건축을 체험하지 못한 입장에서 공감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이런 아쉬움은 제주의 마을과 원도심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작업에 매진하는 자극이 됐을 것이다.

강연은 제주 건축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을 7개의 보편적 언어로 정리하고, 자신들의 건축에 녹여낸 사례들을 소개했다. 제주 자연환경과 일체화된 '풍경 속의 집', 마을의 올래에서 느껴지는 '느슨한 공유', 집안 행사의 중심 공간으로서 '따뜻한 마당', 공간의 켜를 관통하는 차경이 담겨있는 '너머의 풍경이 아름다운 집', 정지의 그을음과 겹집의 깊이로 말미암은 '기분 좋은 어둠', 장식이나 과장이 없는 전통 민가의 감성으로서 '무덤덤한 서정성', 기술보다는 체험에서 생성된 '경험이 만든 디테일' 등 7개 어휘의 형용사와 동사로서 설명되는 자신들의 건축이, 보편성을 획득한 '제주의 건축'으로 읽혔으면 한다고 마무리했다.

우리는 이들의 건축 태도에서 제주 건축의 지역성을 대하는 논의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선배들이 전통 건축을 대상화한 원론적이고 구조주의적 방법론을 취했다면, 이들의 방식은 관찰과 기록의 과정 중에 조사 대상과 관찰자의 상호 관계가 작동되는 현상학적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관찰과 기록의 결과인 특수성을 보편성의 언어로 변환해 논의 영역의 경계를 해체함으로써 향후 지역성 논의의 새로운 시대를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 건축가 이창규·강정윤의 수상은 두 분의 개인적 영광에 더해, 제주 건축계에서 정체돼 있던 '시대정신 모색'의 활로를 여는 촉발점이 될 것이다. <양건 건축학박사·가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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