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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문화광장] 킹 오브 킹스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입력 : 2025. 09.09. 01:00:00
[한라일보] 2025년을 빛낸 한국과 관련된 애니메이션으로 '킹 오브 킹스'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은 TV용 애니메이션과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일부를 가져와 작업하는 하청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재주가 뛰어나서, 그동안 많은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하청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중국과 베트남이 우리보다 낮은 인건비로 애니메이션 하청시장의 경쟁자로 급부상하게 됐고, 마침내 중국은 자신들의 거대한 자본을 활용해 자체 애니메이션을 자국 시장과 미국 시장에 내놓게 되었다. 그 결실이 '너자 2'다.

외부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는, 미국의 드림웍스, 픽사,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와 같은 스튜디오 시스템을 도입해 우리의 이야기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시도를 해왔으나 그 결과가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런 와중에 '킹 오브 킹스'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등장했다. '킹 오브 킹스'는 많은 우리나라 영화의 VFX를 담당하던 모팩 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와 '1987', '더 킹'의 촬영을 맡았던 김우형 촬영감독이 공동연출과 촬영을 맡아서 순수 우리나라 인력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을 지닌 서구시장에 어필하기 위해서 찰스 디킨스의 소설 '우리 주님의 생애'를 모티브로 삼아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 1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전 세계적으로 7700만달러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는 대다수 우리 인력과 자본으로 만들어졌기에 금전적으로도 우리나라에 이득이다. 반면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에 미치는 경제적 이득은 많지 않지만, 간접적 효과는 너무나 크다.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의 넷플릭스 자본과 소니 애니메이션의 인력으로 만들어졌고 극장개봉보다는 넷플릭스로 배급해, 수입의 대부분은 넷플릭스의 것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공동감독과 SM 연습생 출신인 한국계 미국인 이재의 작사·작곡·노래가 이 영화 성공의 핵심축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는 기겁할 데몬이 들어가 있고, 사냥꾼의 폭력, 그리고 매니아적인 K-팝을 내세운 영화가 서구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의 내용과 노래의 가사도 악마와의 대결이 표면에 드러나지만, 핵심은 결국, 상처 입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면서 장래의 밝은 날을 기대하자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이는 이중문화를 경험하면서, 미국과 캐나다라는 백인 남성 주류사회에서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마이너를 경험한 매기 강과 이재의 삶의 투영이기도 하다. 심리적으로 내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면서 노래들이다. 마치 송대관의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다는 '해뜰날'과 나의 과거는 어두웠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들국화의 '행진'과 비슷한 정서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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