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이 책] 생의 마지막까지… 전쟁 참상 기록한 소설가
빅토리아 아멜리나의 『여성과 전쟁』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5. 08.28. 20:09:14
[한라일보] "2022년 2월 24일 이후 나는 글쓰기보다 훨씬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선택들을 해야 했다."

우크라이나 소설가 빅토리아 아멜리나(1986~2023).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를 누비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쟁의 참상을 기록했던 작가다. 조지프 콘래드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자 시인, 에세이스트, 동화작가였던 아멜리나는 2022년 러시아가 전면전을 일으키자 소설 대신 전쟁범죄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 이유는 '피해자와 영웅뿐 아니라 살인자도 이름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

전쟁범죄 조사를 위해 비정부기구인 '트루스하우드'에서 훈련을 받은 그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쟁범죄 보고서를 일기처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전쟁범죄를 조사하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와 각자의 방식으로 러시아에 맞서는 전쟁 속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국내에 번역본으로 출간된 그의 유작 '여성과 전쟁'이다. 이 책은 아멜리나가 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면서 담아온 전쟁의 참상에 대한 기록과 전쟁 속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미완인 상태로 나오게 됐다. 그는 2023년 6월 27일 우크라이나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식당에 있다가 러시아 미사일이 덮쳐 중상을 입고 나흘 뒤 서른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편집자들은 "사망할 무렵 아멜리나는 이 책의 60% 정도를 집필한 상태였다"며 "원고에 최소한의 개입만 하기로 전략을 세웠다"고 전한다.

그가 전한 전쟁 속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저명한 인권변호사였지만 군에 자원입대해서 드론 조종사가 된 예우헤니아 자크레우스카,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 당시 러시아군에 납치돼 고문당했지만 2022년 예순의 나이로 의무부대에 입대한 이리나 도우한, 지뢰를 제거하는 일에 헌신하기로 결심한 '카사노바'(활동명), 문학관의 아카이브를 피난시키기 위해 난민 열차의 화물칸에서 야간 보초를 서는 테탸나 필립추크, 변호사 카테리아 라세우스카 등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는 마지막 글에 이같이 남겼다. "나는 더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글에서 묘사하는 모든 여성들이 내 장례식에 모이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모두 정의를 위해 싸우느라 바빠서 그런 경우는 거의 유일한 기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은 내 책을 완성해야 하고,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고. 몇년 안에 어쩌면 군에 합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름답지만 위험한 전경에서 물러나 글쓰기로 회귀한다"라고. 이수민 옮김. 파초 출판.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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