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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요즘 같은 폭염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고 있다. 제주의 관광은 절정기를 맞았고, 푸른 바다와 한라산 숲을 마주한 이들은 절로 감탄사를 쏟아낸다. 그중 서귀포의 해안 절경은 제주의 대표적인 비경으로 꼽힌다. 나 역시 종종 서귀포 해안을 찾곤 한다. 익숙한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천혜의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요소들이 눈에 띄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뭍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해안가를 왜 수많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포장재로 채워 넣는지 의문이다. 해안 훼손을 보완한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자연 파괴를 심화시키는 본말전도식 개발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서귀포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주 전역에서 동일하게 목격된다.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아직도 제주의 자연이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보며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나는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때때로 고대 중국의 철학자 노자(老子)를 떠올린다. 노자는 그의 사상에서 도법자연(道法自然)을 설파한다. "도(道)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이 말에는 "세상의 모든 만물과 이치가 억지로 꾸미거나 만들지 않고, 그 자체의 순리대로 흘러갈 때 가장 조화롭고 완벽하다"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나는 제주 자연의 훼손을 목격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상생 관계에 대한 노자 사상을 접목하는 전시를 여러 차례 기획하기도 했다. 노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제주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마치 '도(道)'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경전과 같다. 제주의 바람은 쉼 없이 불어오지만, 결코 거스르지 않고 만물을 포용하며 유유히 흘러간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존재와 소멸의 순환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속에서 우리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허함을 지니고 있다. 마찬가지로 제주의 해안을 감싸 안는 파도와 바닷가의 현무암 틈새를 뚫고 솟아나는 용천수 역시 만물을 이롭게 하되 결코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제주의 자연은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가장 훌륭한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의 욕망은 늘 대자연의 질서, 즉 '도(道)'의 참모습을 깨뜨리고 만다. 제주의 자연은 제주인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제주어에 "와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서두르지 말라"는 의미다. 아무리 큰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서둘러 모든 것을 잃으려 하는 걸까? 21세기의 제주는 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욕망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현장이다. 제주의 바람 소리 속에서 노자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곧은 길을 조용히 되짚어볼 때이다. "과연 우리는 노자가 제시한 '도'의 길을 따르고 있는가?" 제주도민으로서,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섬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주의 아름다움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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