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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민의 한라시론] 두려움 없는 조직, 적당한 갈등과 소통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5. 08.14. 02:00:00
[한라일보] 몇 년 전 하버드대학은 '팀워크가 좋은 팀이 실수를 덜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조사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오히려 팀워크가 좋은 팀에서 의료 과실이 더 많이 보고된 것이다. 이유를 살펴보니, 이들은 실수를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보고하며 해결책을 논의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팀워크가 약한 팀은 실수를 은폐하는 경우가 많아 통계상 과실이 적게 나타난 것이다.

이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덮어두는 조직이 있다. 이런 곳에는 '침묵의 힘'이 작동한다. 구성원들은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관계와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한다. 문제 제기보다 침묵을 택하는 문화는 근거 없는 두려움을 키우고, 생산성과 혁신성을 떨어뜨린다.

'침묵의 힘'은 조직의 힘이 아니라 병이자 암이다. 반대로 심리적 안정감이 보장된 조직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제안되고, 문제보고도 거리낌 없이 이루어진다. 구글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적인 팀의 핵심 요소가 심리적 안정감임을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회의 시간에 '모든 구성원이 한 번 이상 발언하기'와 같은 규칙을 만들어 누구나 안전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굴지의 IT기업들은 실패 경험을 숨기지 않고 공유하며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는 문화를 운영한다. 신제품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실패 원인을 내부 게시판에 공개하고, 전사적으로 개선 아이디어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러한 투명한 공유는 실패를 학습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힘이 된다.

심리적 안정감은 리더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리더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인정하고, 구성원과 함께 해결책을 찾는 책임이 있다. 단순한 지시자가 아니라 '심리적 안정의 조정자'가 돼야 한다. 구성원의 말을 경청하고, 반대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며, 실수를 처벌이 아닌 학습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일본 토요타의 '안돈(Andon) 시스템'은 좋은 예다. 품질 문제가 발견되면 작업자가 라인 가동을 즉시 멈출 권한을 가지며, 이는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갈등은 발전의 촉매제다. 반복되는 건설적인 논의와 협력은 점차 생산적인 소통으로 발전하고, 이는 조직 혁신의 핵심 동력이 된다.

두려움 없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성과와 혁신에서 앞선다. 리더는 침묵하는 구성원의 입을 열게 하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출발점이며,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건강한 조직의 미래다. 두려움을 줄이고 소통을 넓히는 순간, 조직은 한층 더 강해질 수 있다. <손성민 제주테크노파크 인재경영팀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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