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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 지명은 고대어가 대부분 [한라일보] 민대가리동산은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속한다. 표고 1600.5m, 자체높이 76m 정도다. 촛대봉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1㎞쯤 하산한 지점의 왼쪽 오름은 만세동산이다. 오른쪽은 어리목계곡으로 이어지는 Y계곡의 지류다. 이 계곡을 건너 멀리 보이는 오름이 민대가리동산이다. ![]() 민대가리오름, 어리목탐방로에서 찍었다. 김찬수 제주도의 지명은 여기에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함과 동시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이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므로 고대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 지명에는 고대인의 정서가 담겨 있다. 지명을 해독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오늘날의 언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고대어로 되었을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고대어와 현대어는 드물게 거의 형태가 같은 말도 남아있으나, 대부분 거리가 멀어졌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가리'라는 말이 오늘날 머리를 지시한다고 해서 고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지명해독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셈이 된다. '대가리'는 들판 같은 오름 또한 ‘민’이라는 말도 오늘날의 정서로 본다면 당연히 ‘나무 따위가 전혀 없이 풀과 잔디로만 되어 있는’의 의미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고대에도 이런 의미로 썼다고 주장한다는 건 그야말로 오늘날의 정서를 덧씌워 해석해 보려는 태도다. ‘나무 따위가 전혀 없어 민둥’이라는 정서는 다분히 산에는 나무가 울창해야 한다는 내면이 깔린 해석이다. 고대인도 산림을 자원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나무 따위가 전혀 없는’의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언어는 다의적인 특성을 가지므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 정상 오른쪽 위가 평평한 곳이 민대가리오름, 정상 왼쪽에서 이어져 내린 능선이 큰두레왓과 족은두레왓이다. 김찬수 ‘대’라는 지명어는 ‘ᄃᆞᆯ’에서 기원한 말이다. ‘ᄃᆞᆯ’이란 평평한 지형을 말한다. 우리말 ‘들’과도 같은 어원에서 분화했다. 북방어 중 몽골어계 기원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의 월라산 편과 따라비오름 편 등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이 민대가리오름에서 ‘대’로 나타난 것은 ‘ᄃᆞᆯ’에서 ‘ㄹ’이 탈락한 형태다. 이 오름(동산)의 정상은 넓게 평평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 ‘가리’는 무슨 뜻인가? 이 말은 언덕 혹은 산을 지시하는 퉁구스어 ‘걸이(거리)’에서 기원한 말이다. 퉁구스어(만주어)계 나나이어와 오로크어와 공통이다. 걸세오름, 거린사슴, 거인악 등에서 볼 수 있었다. 민대가리동산이란 길게 등성이가 이루면서 위가 평평한 지형을 이룬 언덕과 같은 동산을 의미한다. 촛대봉은 'ᄉᆞᆺ대오름', 두레왓은 '들판 같은' 민대가리동산을 ‘촛대봉’이라고도 한다. ‘촛+대+봉’의 구조다. ‘촛’이란 봉우리를 의미하는 ‘소’, ‘ᄉᆞ’, ‘새’, ‘싀’ 등에 ‘ㅅ’이 개입한 형태다. ‘대’는 위의 ‘ᄃᆞᆯ’과 같다. ‘봉’은 오름이란 뜻이다. 촛대봉이란 원래 ‘ᄉᆞᆺ대동산’ 혹은 ‘ᄉᆞᆺ대오름’이었을 것이다. 이 말이 점차 한자화하고, 어두음 격음화에 연상작용이 겹쳐 ‘촛대봉’으로 된 것이다. 위가 평평한 봉우리라는 뜻이다. ‘촛대와 같이 솟아있어서’라고 해석한다면 얼마나 다른 뜻인가. 이 민대가리오름을 지나 Y계곡의 또 다른 지류를 건너면 정상에서 어리목 대피소에 이르는 웅장한 등성이를 만나게 된다. 이 등성이는 위가 평평한 들판 같은 지형을 이루는데 윗부분을 큰두레왓, 아랫부분을 족은 두레왓이라 한다. 큰두레왓은 한라산 북사면 표고는 대략 1,630m다. 족은두레왓은 표고 1,300m 정도에 해당한다. 오름이라기보다 넓은 고원이라 할만하다. ![]()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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