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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는 근거가 안 돼 [한라일보] 만세동산은 한라산 어리목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사제비동산과 사제비 약수터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윗세오름대피소 못미처 있다.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1156번지다. 표고 1600.5m의 오름으로 전체적인 모양은 원추형이다. 명칭은 동산이지만 실상은 큰 규모의 오름이다. ![]() 만세동산, 한라산 어리목탐방로 윗세오름대피소에서 0.5㎞ 하산 지점에서 촬영했다. 이 지명을 만세동산이라는 지명에 이끌려 ‘만세를 부르던 동산’, ‘돌무더기가 만세 부르는 모양’이라는 데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 설명이 있는가 하면 망동산이라는 지명과 연관해서는 여기에 테우리들이 올라 마소를 망보았다는 데서 붙었다는 설명도 있다. 그냥 말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렇게 해석해 보려는 것인데 전문가들조차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어 그대로 유포되고 있다. 봉수와 연대, '망'이라 했을까? 망오름이라거나 망체오름 같이 지명에 들어 있는 ‘망’에 대해서 대체로 ‘망’을 보았던 데서 유래한다는 설명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망’이라는 말은 단독으로 쓸 때는 ‘명성(名聲)과 인망(人望)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거나 특별히 역사에서 ‘벼슬아치를 윗자리에 천거하던 일’을 의미할 때 사용한다. ![]() 만세동산과 망체오름, 왼쪽에 보이는 오름이 망체오름이다. 오름 지명에서 ‘망’이 들어간 예를 몇 개 들어보자. 서귀포시 하원동에 거옥오름이 있다. 표고 171m이다. 거북오름 굿산망, 망오름 등으로 부른다.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표고 225m의 느지리오름을 망오름이라고도 한다.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물메 혹은 물메오름이라는 오름을 수산망으로도 부른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오름을 망오름으로도 불렀다. 제주시 삼양1동 원당오름 주봉 북쪽 표고 92.8m의 오름을 당오름이라고 부르는데 특별하게 부를 때 원당망오름이라고 한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당산오름(당오름, 자귀오름)의 한 봉우리를 망오름이라고 한다.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표고 211m의 자배봉(오름)을 망오름이라고도 불렀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1리 바닷가 표고 68m의 오름을 예촌망으로 불렀다. 표선면 하천리 표고 136.4m 오름을 망오름이라고도 불렀다. 표선면 토산리 표고 176m의 토산 혹은 토산오름을 토산망이라고도 불렀다. 이들은 모두 그 오름에 봉수가 설치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귀포시 서호동 바닷가 표고 52.6m 일대를 망밧 혹은 망밧동산이라 한다. 솟골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러한 설명은 ‘봉수 즉 망’ 혹은 ‘연대 즉 망’이라고 한다는 점을 당연하게 전제하여 설명한 것이다. 제주도가 1996년도에 발간한 제주의 방어유적이란 책에는 제주도 내에 봉수 25개 연대 38개가 설치됐었다. 이를 합치면 63개소가 된다. 제주도의 봉수대는 크게 산(오름) 정상부에 설치된 봉수와 해안 구릉에 설치된 연대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그 기능이 조금씩 다르긴 해도 적을 감시하는 일이 주 임무였다. 그렇다 해도 이 시설들을 ‘망’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은 없다. 그러므로 위의 봉수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망’이라 했다는 건 근거가 없는 말이 된다. 또 이 오름을 제외한 나머지 봉수나 연대가 설치됐던 오름은 왜 ‘망’이라 하지 않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 망오름의 ‘망’은 ‘ᄆᆞ르’에서 기원 다음의 예는 이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거친오름 남동쪽 표고 424m의 망동산은 마소를 망보았다고 설명한다. 우도의 소머리오름의 정상부는 우도 및 일대의 망을 보았다는 데서 망동산이라고도 한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표고 397m의 망오름은 마소를 망보았다거나 꿩사냥 따위를 할 때이 오름에 올라 망을 보았다는데 망오름이라 했다고 한다. 이런 예를 보자면 ‘망’이란 지명어를 어떻게든 ‘망보다’와 연관 지어 설명하려 애썼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위에 예를 든 모든 오름은 등성마루가 평평하다. 만세동산도 등성마루가 평평한 동산이다. 따라서 만세동산은 등성마루가 평평한 동산이란 뜻이다. 만수동산은 만세동산의 한 가지 변음이다. 망오름이란 ‘만세’ 혹은 ‘만수’의 한자식 표기다. 위가 평평한 오름이란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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