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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제주 바다' 양식장 집단 폐사 확산
24일 첫 피해 신고 후 28일 구좌읍서 1만2천마리 폐사
29일 오전 10시 기해 제주연안 고수온주의보 경보 격상
道 "경보 이틀 일러 다음주 도내 양식장 최대 고비 예상"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5. 07.29. 18:13:38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연일 폭염이 지속하는 가운데 제주지역 양식장에서 고수온 영향으로 추정되는 집단 폐사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제주도는 다음주 도내 양식장들이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29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양 행정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귀포시 대정읍 A양식장에서 넙치(광어) 2000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올해 첫 고수온 집단 폐사 피해 신고로, 피해가 극심했던 지난해보다 신고 시점(7월30일)이 약 일주일 이르다.

이 양식장은 넙치 15만여 마리를 키우는 곳으로, 대량 폐사를 처음 발견할 당시 측정한 양식장 수온은 25℃였다. 넙치를 양식하는데 적정 수온은 20℃에서 25℃ 사이이지만 어린 물고기 등은 25℃에도 폐사할 수 있다고 제주도는 전했다.

통상 수온이 올라가면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능력이 높아져 물 속 산소가 더욱 빠르게 소모되기 때문에 양식 어류에 공급되는 산소는 그만큼 줄어든다. 또 여름철에는 수온 변화 폭이 커 면역력도 떨어진다. 지난 24일 A양식장 인근 대정읍 앞바다의 일 최고 표층 수온은 29.1℃로 전년 같은 날에 비해 1.2℃ 높았다.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과 서귀포시는 29일 합동 피해조사반을 꾸려 A양식장을 상대로 현장 조사 벌였다. 시 관계자는 "양식장 내 산소포화도 등을 분석해 고수온으로 폐사한 것인지, 질병으로 죽은 것인지 정확한 폐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넙치 집단 폐사는 제주시에서도 발생했다. 전날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B양식장에서 넙치 1만~1만2000마리가 고수온으로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수산당국이 현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 양식장은 넙치 7~8만 마리를 기르는 곳으로, 하루아침에 전체 사육하는 넙치의 7분의1를 잃었다.

도내 주력 양식 어종인 넙치 집단 폐사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바다 수온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정부는 제주지역 연안에 내려졌던 고수온주의보를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경보로 격상했다. 고수온주의보는 수온이 28℃에 도달하거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될 때, 경보는 28℃ 이상이 3일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도내 주요 연안별 수온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귀포 29.2℃, 중문 28.6℃, 대정읍 영락리 28.0℃, 제주항 28.2℃, 추자도 28.7℃, 마라도 28.6℃ 등으로 김녕·우도(26.0℃)와 협재(27.7℃), 신산(27.6℃)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안에서 28℃를 넘어섰다.

도는 이 추세대로라면 다음 주쯤 도내 양식장들이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추정했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8월 중순부터 고수온에 의한 양식 넙치 폐사 신고가 집중되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고수온예비특보와 경보가 전년보다 각각 1주일과 이틀 일찍 발령된 점을 감안하면 아마 다음 주가 (폐사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 모든 양식장에 면역증강제를 공급하는 한편, 산소 농도를 높일 수 있는 액화산소를 보조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식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도내 모 넙치 양식장 대표는 "사육 밀도를 낮추고, 수천만원을 들여 액화산소를 수시로 공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 넙치들이 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해 고수온 영향으로 도내 양식장 77곳에서 넙치 221만 마리가 폐사해 역대 가장 많은 54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도내 양식장은 378곳으로 이중 90%가 넘는 354곳이 넙치 등 어류를 키운다. 주력 수산물인 넙치는 현재 550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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