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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세계자연유산 지구 마을 중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지고 있어서 주민들의 자부심은 자연환경에 대한 애착에서 나온다. 오름으로 지경을 잡으면 위에서부터 식은이오름, 종재기악, 북오름, 흙붉은오름, 어대오름이 펼쳐져 있다. 옛이름은 검흘이라고 호칭했다고 하는데 그 뜻은 비가 오면 밭의 토질이 검고 질퍽질퍽하기 때문에 '검을' '검얼'이라고 불리게 됐고 지세가 평탄하지 않아서 우뚝한 동산이 많아 흘(屹)자를 쓰게 됐는데 이는 선흘, 와흘, 대흘, 남흘, 등 지명과도 통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마을 중심에 '모산이물'이라는 못(池)이 있는데 주민들은 항시 이 물이 '덕이 있는 물'이라 여겨서 그 의미에서 따온 德泉里라고 정했다. 상덕천은 고씨가 15대, 하덕천은 조씨가 12대 이어온 것으로 보아서 창촌은 450년 정도로 보고 있다. 덕천리의 지세는 바위가 많고 굴이 많다는데서 독특한 고유지명을 보유하고 있다. 행사왓, 사근이동, 사수락, 사수두, 노사수(노사니물) 등 뱀 사(蛇)자가 붙은 지명이 많음은 굴과 뱀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한다. 자연마을은 상덕천과 하덕천 둘이다. 주민들이 상부상조 하면서 살아가는 인정미 넘치는 마을이다. ![]() 강호진 덕천리 이장 4·3 전까지만 해도 큰곶도(대편동) 된밭(化田) 등에는 솥과 보습, 뱃(밭을 일구는 쟁기의 부속품)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이 있다. 제주 동부지역 유일의 불미터였다는 것. 마을 어르신들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어대오름 동쪽 양질의 찰흙이 있는 곳에서 기와를 굽고, 그 찰흙으로 쇳물을 녹여 솥이나 농기구를 만들 수 있는 틀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흙과 함께 필수적인 땔감을 인근 오름에서 풍부하게 구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환경적 요인이었다. 옛날 덕천마을은 그러한 수입원을 기반으로 다른 마을에 비해 기와집이 대부분인 부자마을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간혹 농경지에서 기와 파편이 발견되지만 오래 전에는 솥과 농기구를 사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던 마을. 중산간 마을이라 목축 중심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독특한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4·3 피해를 많이 본 마을이다. 소개령 이후 김녕리 등 바닷가 마을로 내려가서 살다가 올라와서 재건한 모습이 지금의 덕천리다. 상덕천과 하덕천 할 것 없이 집터로 보이는 곳이 수두룩하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공간. 그 아름답던 사람들의 마을은 정치이념의 광풍에 무너지고 다시 돌아와 불굴의 의지로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강호진 이장에게 덕천리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자부심을 묻자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모돠드는 거마씀" 그러면서 리사무소 한쪽에 가득 쌓여 있는 의자들을 가리킨다. 마을에 무슨 현안이 생기면 함께 모여 논의하고 더 좋은 방향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전통을 가장 큰 마을공동체의 자긍심으로 여기는 것이다. '모돠든다'는 제주어의 의미 속에는 강한 결속력과 함께 마을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거나 오히려 자기 집안의 일보다 우선 순위에 두는 문화를 함축하고 있다. 어떤한 마을의 현안도 모여서 함께 논의하는 구조 속에서 공동체적 소통과 주인의식을 증폭시키는 제주의 전통적 정신문화가 엄연하게 살아 숨쉬는 마을이다. 오래전부터 필자가 덕천리에서 느꼈던 감정이 한 세대가 흐른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이 밀려온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결속력을 기반으로 세계자연유산마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사업들을 추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마을공동체가 보유하고 있는 60만 평의 토지를 활용한다면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 수 있는 마을임에도 구호와 타이틀을 강조할 뿐 행정력은 어떤 미래지향적 비전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 <시각예술가> 자연의 품속에 <수채화 79㎝×35㎝> ![]() 흙과 숲 <수채화 79㎝×35㎝> ![]()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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