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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한라일보] 1997년에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중학교 시절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더 많은 것들이 규정되었고 더 빨리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그들이 경쟁자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여러 의미에서 초조했고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싹 트던 시기로 기억한다. 매일 교복을 입고 오르막을 올라 학교 정문에 들어서면서 이 3년이 지나면 나는 또 어디로 들어갈 지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나는 과연 어딘가와 무언가와 누군가를 통과할 수 있을까를 묻고 또 물었다. 10대의 내가 20대의 나와 만나기 직전의 시기, 하루의 절반 이상을 교복을 입고 지내면서 이 거추장스러운 습관을 벗는 날을 꿈 꾸던 시절이었다. 지나간 것이 모두 그립지는 않지만 때로는 그리움보다 먼저 도착하는 시절도 있다. 대만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1997년 고등학교 야간반에 입학한 아이(진연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엄마의 강요에 의해 대학 입시에 유리한 명문고에 입학한 것이지만 주간반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해 야간반을 선택한 것이기에 아이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어쩐지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그를 속상하게 만든다. 학교의 전통에 따라 주간반과 야간반은 한 책상을 나눠 쓴다. '책상 짝궁'인 민(항첩여)을 만나게 된 아이는 둘만의 소통 창구인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두는 쪽지로 가까워진다. 같은 공간 속 다른 시간을 사는 아이와 민은 세계를 건너 서로에게 도착하는 소중한 또 하나의 명찰 '친구'를 갖게 된다. 그리고 둘 앞에는 시차를 두고 루커(구이태)가 등장한다. 아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탁구장에서 그를 만나고 민은 이미 루커를 좋아하고 있던 차 였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이 하필 동일인이라는 것이 갓 지은 따끈한 우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우정과 첫사랑은 왜 서로 눈치 보지도 않고 마음 안의 자리를 자꾸만 넓혀가는 것일까. 아이의 혼란이 비단 감정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우리들의 교복시절>을 단순한 청춘 로맨스 장르에 그치지 않게 만든다. 이 갈등이 누가 누구를 더 좋아해서 생기는 일이 아님을 아이는 번뜩 알게 된다. 잊었어? 그와 민은 주간반이고 나는 야간반이야. 계급 사회를 일찍 겪어본 이들에게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그저 풋풋한 로맨스로만 보이지 않는다. 10대 후반은 꿈 꾸는 나의 모습으로 쉽게 변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질서와 규칙이 필요한 단체 생활에서 오와 열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서열이라는 것을 나 또한 교실과 강당 안에서, 운동장 위에서 배웠다. 책가방의 무게에 비하면 한 없이 가볍기만 했던 성적표가 그토록 육중한 무게를 지난 종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도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맞대고 등교하던 친구와의 거리가 조금 벌어지면 그 틈에는 질투와 속상함이 뭉게뭉게 피어 올랐고 하교 후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입이 떡 벌어지는 시각적 충격을 받은 적도 있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개성과 고유성을 가진 채 살아가라는 세상의 아포리즘은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이 이상하게 슬프던 시절이었고 그런 종류의 슬픔은 그 전 까지는 겪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으니까. ![]()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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