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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제주지역 양돈장에 보급된 '돼지열병 오염 백신'을 방역당국이 제대로 회수·폐기하지 않는 바람에 또다시 도내에서 돼지열병 항체가 검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돼지열병은 전염성이 높고 감염 시 사회·경제적 피해가 극심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제주도는 제주산 돼지고기의 해외 수출 등을 위해 이 병에 걸린 돼지뿐만 아니라 항체가 형성된 돼지까지 발생하지 않는 '돼지열병 청정화 지역'을 십수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1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제주시 구좌읍 A양돈장을 상대로 한 정기 검사에서 돼지열병 항체가 검출됐다. 당시 동물위생시험소는 A양돈장이 기르는 돼지 2200여마리 가운데 14마리를 골라 간이키트로 표본 검사를 했으며, 이중 한 마리에게서 돼지열병 항체가 검출되자 이튿날 표본을 63마리로 늘려 2차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77마리 중 총 3마리에게서 돼지열병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열병 항체는 이른바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병원성 바이러스(항원)에 감염했거나, 예방 백신을 접종했을 때 등 두 가지 경로로 형성된다. 방역당국은 A양돈장에서 검출된 항체가 돼지열병 항체가 맞는지 최종 확인하기 위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방역당국은 고열, 구토 등 임상 증상이 없는 것으로 미뤄볼 때 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방역당국은 항체 형성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오염 백신 접종을 꼽고 있다. A양돈장 역학 조사에서 올해 4월 외국인 근로자가 냉장고에 보관돼 있었던 B사의 일본뇌염 예방 백신을 돼지에게 접종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B사의 일본뇌염 예방 백신은 2023년 제주시가 일괄 구입해 도내 162개 양돈농가에 무상 보급한 것으로, 지난해 돼지열병 항체 집단 검출 사태를 일으킨 문제의 백신이다. 일본뇌염 예방 백신에 엉뚱한 비병원성 돼지열병 항원이 섞여 있는 등 백신이 오염되면서 빚어진 문제로 해당 백신을 접종한 도내 양돈장에서 잇따라 항체 검출됐다. 제주도는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백신에 대한 반입과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리는 한편, 양돈장에 남아 있는 백신을 긴급 수거해 폐기에 나섰다. 백신 회수·폐기는 공무원이 양돈장을 직접 찾아가 수거한 뒤 동물위생시험소로 전량 보내 의료 폐기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제주시는 A양돈장에 대해선 당시 농장주가 "자체 폐기하겠다"고 하자, 이 말만 믿고 직접 회수에 나서지도 폐기 절차가 제대로 진행됐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 관계자는 A양돈장이 문제의 백신을 실제로 폐기했는지, 폐기했다면 의료 폐기물로 처리했는지, 아니면 일반 쓰레기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는지 등을 파악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 백신을 보급 받은 농가가 워낙 많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제주산 돼지 브랜드 제고와 해외 수출 등을 위해 세계동물복지기구(WOAH)가 인증하는 '돼지열병 청정지역'을 추진하고 있다. 청정지역으로 인증 받기 위해선 돼지열병에 감염된 개체 뿐만 아니라 예방 백신을 접종할 때 형성되는 항체 또한 없어야 한다. 다른 지역은 돼지열병을 예방하기 위해 생독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이를 금지하고 사독 백신만 허용하고 있다. 생독백신은 항원의 병원성을 감소시켜 독성을 원래보다 약하게 만든 것을, 사독백신은 바이러스를 완전히 죽여 단백질 형태로 만든 것을 각각 말한다. 제주도는 돼지열병 청정지역 인증 시점을 2025년으로 계획하고 사독백신 접종도 지난해부터 중단할 방침이었지만 그해 문제의 백신 오염 사태가 터지며 목표 시점을 2028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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