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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실의 목요담론] 지역화폐와 착한소비, 제주경제 순환의 열쇠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입력 : 2025. 07.10. 05:00:00
[한라일보]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제주지역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고정비 지출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지역화폐를 활용한 '착한 소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할인 혜택을 넘어, 지역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고 지역 안에서 돈이 돌게 하는 전략적 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경영학의'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이론은 기업이 이익을 내면서도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개념을 지역경제에 적용하면, 소비자는 혜택을 받고, 소상공인은 매출을 회복하며, 지역 전체적으로 자금의 순환 효과를 통해 경제적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탐나는 전'은 이런 CSV 전략을 실천하는 좋은 예이다. 최근에는 최대 15% 인센티브와 공공 배달앱 '먹깨비'와의 연계로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정책이 시행됐다.

하지만 중요한 건 도민에게 지급되는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돈이 얼마나 많이 순환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지역승수(local multiplier)'이다. 예를 들어, 한 마을의 민박집에서 받은 숙박비가 전통시장에서 이용되고 다시 지역 상점이나 음식점으로 이어진다면, 같은 돈이 지역 안에서 여러 번 돌며 그 효과는 배가 된다. 반면, 대형마트나 외부 자본으로 돈이 빠져나가면 지역에 돌아오는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지역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순환구조가 지역의 자생력과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본다.

이처럼 지역화폐는 지원금일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된 가치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경제 순환 장치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화폐 정책은 재정 투입의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춘 공공투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관광과 유통 중심의 외부 의존도가 높은 제주경제에서 지역 내 소비 순환은 더욱 절실한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제주형 지역화폐 정책은 예산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도민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가맹점에 대한 양적 확대와 더불어 가맹점의 지역 기여도를 고려해 혜택을 제공하거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소비 흐름을 분석해 업종 간 편중을 조정하는 등의 보다 정교한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착한 소비는 도민의 윤리적 선택이 아니라 나와 우리 가족, 나아가 제주 경제를 살리는 현실적인 방법이자 현명한 선택이다.

도민의 소비가 지역 상인의 매출로 다시 또 다른 지역 소비로 이어질 때, 제주 경제는 자립적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정책은 행정이 만들지만 그 효과는 결국 도민의 손에 달려 있다. 착한 소비는 지금, 바로 우리의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다. <강연실 제주연구원 자치문화연구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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