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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쥐냐 높은 산이냐 [한라일보] 서귀포시 신효동 산1번지다. 표고 117.8m, 비고 63m 정도다. 이 오름의 지명에 대해서 신효마을지에는 "월라산(月羅山) 산줄기의 남쪽에 바윗돌이 있어 동쪽으로 달이 뜨는 것을 바라보는 격이라는 데서 '달암(岩)이'라 불리던 것이 후세 한자표기에 의하여 월암(月岩)이라고도 했으나 달이 비치는 벌판이란 뜻으로 월라산(月羅山)이라 했다. 지금도 '다라미'라 구전되고 있다. (진성기 지은 제주실록 참조)라 기록했다." 고대인은 지명을 이렇게 복잡하게 짓지 않았다. ![]() 월라산, 신효동 산1번지다. 토평동 꽃동산에서 찍은 사진으로 위가 평평한 오름이다. 김찬수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월라산악(月羅山岳), 1653년 탐라지와 탐라지초본에 현라산(懸蘿山), 탐라지도 등 18~19세기 문헌에는 달라산(達羅山). 1899년 정의지도에 월라산(月羅山), 18세기 말 제주읍지 등에 월라악(月羅岳) 등으로 표기했다. 지역에서는 도라미, 도래미, 달라미라고 한다. 지금까지 고전에서 검색되는 지명은 월라산악(月羅山岳), 현라산(懸蘿山), 달라산(達羅山). 월라산(月羅山), 월라악(月羅岳) 등 5개로 압축된다. 우선 월라산악(月羅山岳)은 월라산(月羅山)에 오름임을 나타내는 '악(岳)'이 붙은 것이다. 월라악(月羅岳)은 월라산악(月羅山岳)이었던 것이 '산(山)'과 '악(岳)'이 중첩이라고 보아 '산(山)'을 생략한 표기다. 이걸 인정한다면 이 오름의 지명은 월라산(月羅山), 현라산(懸蘿山), 달라산(達羅山) 등 3개가 된다. 도라미는 '도라+미'의 구조 이 지명의 공통점은 가운데 글자가 모두 '라(羅, 蘿)'로 읽히는 글자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라(羅)'는 '새그물 라'이고, '라(蘿)'는 '무 라' 혹은 '미나리 라'자로서 무 또는 미나리를 지시하는 글자다. 이렇게 오름과는 관련을 찾을 수 없는 글자들이 동원되었는가. 이것은 그 뜻은 상관없이 그저 발음만 취하는 방식 즉, 훈가자 차자 방식으로 한자를 동원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 글자인 '달 월(月)'의 훈가자 '달'과 결합하여 '달라'가 된다. 현라산(懸蘿山)의 '현(懸)'은 '달 현'자다. 이 글자도 지명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훈가자 '달'을 채용한 것임을 추정하기에 넉넉하다. 즉, 다음에 오는 '라(蘿)'와 결합하여 '달라'를 나타내려고 동원한 한자임을 추정할 수 있다. 달라산(達羅山)의 경우 '달(達)'은 '통달할 달', '다다를 달'이다. 이 글자 역시 그 자체의 발음 즉, '달(達)'의 뜻은 버리고 발음으로만 차용하는 음가자 차용방식으로 동원했다. 이어지는 '라(羅)'와 결합하여 '달라'를 표현하고자 끌어들인 한자임을 알 수 있다. 이런 해독을 통하여 고전에 나타나는 이 오름의 지명은 한자어가 아니라 발음으로 '달라'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이 지명들의 공통점은 모두 '산(山)'이라는 지명어가 붙는다는 점이다. 이 '산(山)'이란 본 기획을 통하여 보았듯이 '마르'의 축약형이다. 고대어에서 '마르'는 '미', '뫼'로 축약이 되고, 이는 '산(山)'으로 차자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 오름은 전체적으로 '마르'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달라미' 혹은 '도라미'는 '달라+미' 혹은 '도라+미'의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분석 없이 '달라미' 또는 '도라미'는 제주어에서 박쥐를 가리킨다느니 하는 식으로 풀려는 건 전형적인 어형의 유사성에 기댄 풀이다. ‘달라’는 ‘위가 평평한’, 북방어 기원 그렇다면 '달라'는 무슨 뜻인가? 이 말은 전 회에서 다룬 신산오름의 '신'과 어원이 같다. '신산'이란 '달마르'에서 기원했으며, '달'이란 평평한 지형을 말한다. 몽골문어에서 '달리' 혹은 '달', 칼카어에서 '달', 칼미크어에서 '달러'다. 몽골어계 북방어 기원이다. 월라산이란 위가 평평한 마르 오름이란 뜻이다. ![]()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제주 지명에서 평평한 지형, 그것이 오름이든 아니든 '달'이 들어간 지명은 꽤 많다. 서귀포시 강정동 월산봉도 같은 기원이다. 고대에는 '달마르'로 불렀을 것이다. 이 오름 꼭대기에는 강창학구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 있다. 산정부가 평평한 평지로 돼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에 탈산봉 혹은 달산봉으로 부르는 오름이 있다. 달산(達山)으로 표기한다. 마찬가지로 위가 평평한 오름이라는 뜻에서 기원한다. 월라산은 '달라미'의 한자 차용 표기이며, 위기 평평한 오름이란 뜻에서 기원한 지명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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