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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의 문화광장] 전시 관람의 태도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입력 : 2025. 06.17. 00:30:00
[한라일보] 종종 전시를 보러 가서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관람객이 작품을 심각하게 만지기 때문이다. 한 번은 어떤 아이가 미술관 안에서 큰 회화 작품들을 손바닥으로 '팡팡' 소리가 날 정도로 때리면서 뛰어다녔다. 아이들만 작품을 만지거나,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한 전시장에서는 단체로 온 성인 관람객들이 바닥에 놓인 작품을 돌아가며 만지다 작품이 살짝 굴러가기도 했다.

물론 작품을 만지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 최근 작품들은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다 보니 무슨 재료인지 만져보고 싶어진다. 또는 캡션에 적혀있는 재료라는 것을 믿을 수 없어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표현 기법이나 형식이 무척 신기해서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가는 때도 있다.

미술관은 작품과 관람객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주로 작품 앞 바닥에 선을 긋거나, 봉이나 줄을 놓는다. 관람객이 작품에 가까워지면 경보기가 울리는 장치를 설치하기도 한다.

관람객으로서는 작품을 좀 만진다고 무슨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닐 텐데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에 묻어있던 기름과 같이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이물질에도 작품이 손상되어 이를 보수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보수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때문에 작품을 살짝만 만져도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저드 재단이 국제갤러리와 티나킴 갤러리를 상대로 17만 달러의 배상 소송을 낸 이유는 도널드 저드의 작품에 남은 지문 자국 때문이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이 지문 자국으로 작품이 영구 손상돼 저드 재단은 작품 가격의 80%인 68만달러를 보험금으로 받았고 나머지는 관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갤러리 측에 배상을 요구했다.

따라서 자유로운 관람을 방해하는 듯 보이는 선, 봉, 줄, 경보기 등은 어찌 보면 작품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고, 만지지 말아 달라는 작품 앞 문구는 절박한 호소이다. 관람객은 반드시 선을 지켜야 하고 눈으로만 봐야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어떤 작품들은 만지지 말라는 문구 대신 오히려 만지라고 관람객을 독려한다. 그러니까 설은아처럼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도록 하거나, 여운혜처럼 놀이기구에 타도록 하거나, 칼 안드레처럼 작품 위를 밟고 다니게 한다. 비누를 재료로 조각 작품을 해온 신미경은 미술관 등의 화장실에 작품을 두고 누구든 손을 씻을 때 비누로 사용하도록 했다.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는 아예 사탕을 집으로 가져가도록 했다.

요즘은 이러한 만질 수 있는 작품과 만질 수 없는 작품이 함께 전시되기에 종종 착각에 빠지게 된다. 모든 작품을 눈으로만 봐야 한다거나 아니면 모두 만질 수 있다고 말이다. 따라서 작품을 지키면서도 전시를 더 잘 즐기려면 더 꼼꼼히 전시장 벽의 글을 살펴야 한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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