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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펄 벅(Pearl S. Buck)의 '대지'는 1931년 출간된 작품으로, 20세기 초반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농촌을 중심으로 전통과 근대화의 갈등을 묘사한다. 이 소설은 인간과 흙의 관계를 통해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왕룽(Wang Lung)은 가난한 농부로서, 흙을 삶의 전부로 여기며 땅을 일구고 가족을 부양한다. 소설 속에서 흙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을 넘어 왕룽의 존재 이유이자 자존심이다. 왕룽이 가난한 신분을 극복하고 부를 쌓으려 했던 과정은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의 심리학 이론과 맞닿는다. 아들러는 인간의 행동을 '열등감의 극복'과 '우월성 추구'라는 틀로 설명한 심리학자로, 개인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과정에서 타인과의 관계와 사회적 기여를 중요하게 여겼다. 왕룽에게 있어 흙은 단순한 토지가 아닌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왕룽은 흙을 일구는 노동을 통해 가족을 돌보고, 지역 사회에서 신뢰를 쌓아간다. 이는 아들러가 말한 '사회적 관심'(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본질적 태도)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왕룽이 부를 축적한 뒤 로터스라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첩으로 들이는 도시 생활과 사치에 빠지면서 아내의 감정과 가족의 평화보다 자신의 욕망을 우선하며 그의 삶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는 아들러가 경고한 '허위 우월성'(겉모습의 성공에 집착하는 심리적 착각)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흙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던 왕룽은, 외적 성공에 몰두하면서 오히려 정체성을 잃고 가족과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왕룽의 아들들이 흙을 팔겠다고 말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반대한다. 이는 단순한 재산의 문제가 아니다. 왕룽에게 흙은 곧 자신의 존재의 증명이었고, 삶의 뿌리였다. 그 흙을 잃는 것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아들러는 인간이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존재이며, 그 의미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깊어진다고 보았다. 왕룽이 흙을 통해 쌓아올린 삶 또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비로소 완성돼야 했던 것이다. 우리는 오늘 어떤 '흙'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열매는 누구와 함께 나누고 있는가.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인 가족에서 소속감을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삶의 열매를 맺고 이를 타인과 나눌 수 있다. 모든 여정의 시작과 끝에는 결국 '함께하는 가족', 곧 우리 삶의 흙이 자리하고 있다. <우정애 제주한라대학교 겸임교수>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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