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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왕가위·놀란·봉준호 영화가 공감을 이끈 이유
김윤태의『영화 속 인문학 시네마 오디세이아』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5. 05.16. 07:00:00
[한라일보] 홍콩 영화감독 왕가위는 혼자 영화를 보는 시간이 많았던 외톨이였다. 상하이 출신이지만 어린시절에 홍콩으로 이주한 그는 홍콩 사람들이 쓰는 광둥어를 전혀하지 못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런 배경때문인지 그의 영화에는 철저히 고독한 인간이 등장한다. '아비정전'의 장국영은 어머니에게 버림받았고, '중경삼림'의 금성무와 양조위는 여자친구에게 실연당했고, '화양연화'의 주인공은 사랑을 이루지 못해 멀리 해외로 떠나고 마는 등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누구나 연애와 인생에서 실패와 좌절한 경험이 있기에 그의 영화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극심한 빈부격차가 만든 비극을 영화의 문법으로 표현했다. 영화 속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집이 잠겨버린 '반지하' 가족과 '비가 미세먼지를 걷어준 덕에 맑은 날씨가 됐다'라고 기뻐하며 파티를 준비하는 '부잣집' 가족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문학 시네마 오디세이아'는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김윤태 교수가 쓴 영화 평론서다. "영화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는다.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영화를 보는 가장 강력한 동기도 다른 사람의 삶에 관한 관심이다." 저자는 이같이 전하며 영화를 풍부하게 조망하는 방식으로 인문학을 제안한다.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내용과 형식만 분석하기보단 영화의 철학적, 심리학적, 미학적 관점에 대한 지식과 영화를 보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학적 관점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감독이 세상을 보는 관점, 관객이 열광하는 이유, 영화가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재현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탐욕과 자본주의', '계급과 불평등', '사회의 심층 논리와 구조주의', '가상현실과 포스트모더니즘', '인류의 미래', 억압과 통제', '저항과 비판' 등 18개 주제로 나눠 이와 관련된 40편이 넘는 영화를 다룬다. 장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60)와 '경멸'(1963), 왕가위의 '화양연화'(2000),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2014), 봉준호의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 등을 통해 '사회 속 영화'들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영화를 넓은 조망에서 보다면 우리는 영화라는 나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다양한 이론적 관점은 영화를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영화는 우리를 인문학의 숲으로 이끈다"고 영화의 '숲 이론'을 내놓는다. 간디서원. 2만원.

박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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