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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황 실측자료 없이 추자해상풍력 공모 가능 '특혜시비' 차단
道 고시 개정 계획…위성 자료 등 활용해 응모 제안서 제출토록
에퀴노르 특혜 시비 차단 목적 "기울어진 운동장서 공모 못 해"
환경단체 반발·사수도 해상 경계 분쟁 등 넘어야 할 산 수두룩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5. 05.15. 15:23:31
[한라일보] 제주도가 추자 해상풍력발전사업자 공모 단계에선 사업자가 실측한 풍황 계측 자료를 확보하지 않아도 응모할 수 있게 고시 개정에 나선다.

현재 이 사업에는 노르웨이 국영기업인 에퀴노르가 참여하기 위해 5년 전부터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풍황계측기를 설치해 데이터를 축적했는데, 제주도는 지금 기준대로 사업자를 공모하면 에퀴노르만 유리할 수 있다며 특혜 시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반면 환경단체는 실측한 풍황 자료 없이 사업자를 선정하는 건 공공주도 풍력개발 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전남과의 해상 경계 분쟁 문제도 남아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5일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에 관한 세부 적용기준 고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 고시는 '공공주도 2.0풍력개발사업'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와 사업자 평가 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고시 개정안의 핵심은 공공주도 풍력개발사업 공모 단계에서는 응모 기업이 제주도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에서 제시된 기존 조사 자료를 활용해 사업제안서를 낼 수 있게 참여 기준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공주도 풍력개발 절차는 에너지공사(이하 공사)가 개발계획을 수립한 뒤 사업자 공모-지구 지정-도의회 동의-개발사업시행 승인 순으로 진행된다. 또 기존 고시는 경제성과 입지 적정성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풍황 계측 자료를 지구 지정 단계에서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풍황 계측은 1년 이상 해야하며 풍황 계측기 설치 비용은 1대 당 3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기존 고시가 개발계획 수립단계에서도 입지 적정성을 평가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이다. 고시대로라면 개발계획 수립 기관은 공사이기 때문에 풍황 실측도 공사가 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공사는 공공주도 풍력개발사업 후보지인 추자도 해상에서 풍황을 실측한 적이 없다. 반면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는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인근 해상에 풍황 계측기 11기를 설치해 1년 이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회사가 계획한 발전 용량은 3GW, 투자 규모는 18조원으로 도내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사가 입지 적정성을 평가해야 하니 사업자 공모 단계에서부터 풍황 실측 자료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또 이런 식으로 공모가 진행되면 풍황 자료를 미리 확보한 에퀴노르만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도는 이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공모단계에서는 풍황 실측 자료가 아니라 기상청의 20년간 위성 데이터와 이미 공개된 풍황 조사 자료를 활용해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양제윤 혁신산업국장은 개정 취지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모를 진행할 순 없다"며 "고시를 개정한 후 사업자 공모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도내 20개 환경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위성자료만으로는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사업자는 보수적인 이익 공유 조건을 제시할 수 밖에 없다"고 반발 하고 있어 고시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추자해상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최단거리로 육지로 송전하기 위해서는 전남지역 변전소를 거쳐야 하는데, 전남도는 사수도 해상 경계 분쟁을 이유로 제주도와의 협의에 응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도는 에퀴노르가 추자도 인근 사수도 해상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전남도로부터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자 관할권 침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사수도 해상 경계 분쟁 문제가 최대 난관"이라며 "사업자 공모가 진행되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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