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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생명의 샘, 제주 용천수를 지키는 길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5. 05.13. 00:00:00
[한라일보] 구좌읍 세화 마을의 전설이다. 옛날 큰 가뭄에 마을 사람들이 고통을 오래겪었다. 그때 한 노인이 꿈속에서 '용이 사는 샘'을 보았다. 노인이 꿈에 본 자리를 파자 맑은 물이 솟구쳤다. 마을 사람들은 그 물을 '용이 솟게 한 샘물', '용천수'(龍泉水)라 불렀고, 그 물로 가뭄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용천수는 예부터 식수, 농업용수, 마을 쉼터로 쓰였다. 용천소는 단순한 물 공급처가 아니었다. 생태의 보고이자 주민과 자연의 상생 터였다. 그러니 용천수 관리는 환경보호만이 아니라, 제주의 역사와 삶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그 많던 용천수는 도시화와 기후변화, 상수도 개발 등으로 남은 곳이 646개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용천수를 1∼4등급까지 구분해 관리계획을 마련하고, 해당 조례를 전부 개정하는 등 체계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해 관리하고 있다.

올해는 용천수 보전활동과 자연·생태·역사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주민이 보존관리를 주도하는 '용천수 인증마을' 3개소를 공모 선정해 추진한다. 하지만 행정기관이 제아무리 관리한들 주민의 손에 비할 수는 없다. 퇴직한 어르신, 청소년 자원봉사자, 환경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 스스로가 용천수 지킴이를 자처할 때, 지속 가능한 정화활동과 감시체계가 작동될 것이다.

우리의 노력으로 제주가 품은 생명과 하늘이 내린 물이 만나 마르지 않는 용천수를 이룬다면, 그 물은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맑은 생명의 샘이 되어 이 땅을 적실 것이다. <김은신 제주도 수질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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