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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에 있는 \'선흘그림작업장\'의 모습. 별칭이 붙여진 할머니들의 작업공간이 그림으로 알록달록하다. 박소정기자 [한라일보] "애순아, 울지마라. 복이 돌아와 다시 살아진다." 그림을 그리는 고순자(87) 할머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 '애순'에게 이같이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자식을 그리워하는 애순과 그의 꿈 속에 나타나 딸 애순을 안쓰러워하는 엄마 '광례'의 장면을 담은 그림 아래에 이같이 글귀를 새겼다. 4·3 이후의 삶을 무지개 바람으로 형상화 한 그림 '어멍 목소리 귀에 장장 들려'를 그리면서 '무지개 할망(할머니의 제주어)'으로 불리는 그는 이 그림에도 무지개를 그려넣었다. 할머니가 그린 무지개는 작품마다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리움이자 위로이자 희망을 전하기도 한다. 할머니는 "(그 장면을 보고) 마음이 막(엄청) 아팠어"라며 "비가 개면 무지개가 뜨고 이제 곧 날이 번쩍하게 좋아져 벳(햇빛)이 쨍쨍 비추는데, 애순이에게도 그 기운이 전해졌으면 했어"라고 했다. ![]() '무지개 할망' 고순자 할머니의 작업실. ![]() '무지개 할망' 고순자 할머니가 작업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시공간인 선흘그림작업장은 마을주민들이 옛 농협창고를 개조해 만든 예술공간이자 최근 선흘 그림할망들을 위한 갤러리·레지던시 공간으로 새롭게 꾸며진 곳이다. 선흘마을에는 11명의 그림할망이 있는데, 이 중 9명의 할머니가 이번 첫번째 레지던시 작가로 참여해 이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초록할망 홍태옥, 고목낭할망 김인자, 소막할망 강희선, 무지개 할망 고순자, 신나는할망 오가자, 우라차차할망 조수용, 우영팟할망 김옥순, 무화과할망 박인수, 불할망 허계생 등 9명의 할머니가 참여작가다. 2021~2022년 붓을 처음 든 이들의 평균 연령은 87세다. ![]() 초록할망 홍태옥 할머니가 그린 양배추 그림. ![]() 우라차차할망 조수용 할머니의 작업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손을 잡은 애순과 관식의 머리 위에 해바라기 꽃이 피기도 하고, 밭일을 하며 다섯형제를 키운 자신을 떠올리며 양배추 밭을 그려보기도 하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해녀 광례를 보며 물질할 때 쓰는 테왁과 전복을 가져와 직접 빗대어 대형 그림 그리기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렇게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만해도 100점이 넘는다. 할머니들은 "여기서 그림 그리기 시작하면 해가 가는 줄 모른다"며 미소를 짓었다. ![]() 소막할망 강희선 할머니가 그린 그림. ![]() 전시공간인 선흘그림작업장은 마을주민들이 옛 농협창고를 개조해 만든 예술공간이다. 할머니들의 작업실을 개방하는 '열린 스튜디오' 형식으로 운영되는 전시는 오는 6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관람은 매주 금·토·일요일(오전 10시~오후 5시)만 가능하다. 매주 신작이 발표·판매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의 선흘포럼을 비롯해 관람객이 할망 작가들과 직접 교류하거나 창작 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자세한 사항은 소셜뮤지엄 누리집(www.socialmuseum.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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