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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제주인 차세대 정체성 복잡… 교류 방안 고민을"
제주특별자치도 등 20일 공동 개최
'재일제주인 초청 세미나'서 제언
재일제주인 관련 교육 필요성 제기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3. 02.20. 18:50:35

박찬식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이 20일 메종글래드제주 2층 연회장에서 열린 '재일제주인 초청 세미나'에서 '식민지시대 재일제주인의 이주 역사'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재일제주인 3~5세인 차세대와 이들의 뿌리인 제주를 잇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성협(경제학박사) 재일한인회중앙회 수석부회장은 20일 메종글래드제주 2층 연회장에서 열린 '재일제주인 초청 세미나'에서 "재일제주인 3~5세의 정체성은 매우 복잡하고 혼재돼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재일제주인의 삶과 역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대학교, 제주상공회의소, 제주와미래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홍 박사는 이날 '차세대의 제주도에 대한 인식과 정체성 변화'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재일제주인 차세대를 인터뷰한 결과를 공유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재일제주인 3세인 A(53) 씨는 간단한 제주어를 구사하고 제주에 있는 친척과도 교류하고 있는 만큼 제주인에 대한 인식이 강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부모님으로부터 승계'했다고 했다. 제주와의 교류 의향에 대해서도 '교류하고 싶다'며 동포사회·제주사회 지향적인 정체성을 보였다.

일본 학교를 나온 재일제주인 3세 B(33) 씨는 한국어와 제주어를 쓰지 못했다. 제주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친척과의 교류는 없었다. 일본 도쿄에서 청년 교류를 통해 제주인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제주인인가 묻는 질문에는 "그렇긴 하지만 국가나 사회에 관계 없이 살고 있다"고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대학교, 제주상공회의소, 제주와미래연구원이 20일 공동 주최한 '재일제주인 초청 세미나'. 이상국기자

제주와의 교류가 없을수록 관련 인식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면서 '제주를 방문한 적도, 제주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재일제주인 C(31) 씨는 스스로를 '일본사회 구성원'으로 여기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제주 출신이라는 재일제주인 D(38) 씨는 자신을 제주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제주문화를 접하거나 제주를 방문한 기회가 없었다'며 동포사회 지향적(북한)인 정체성을 보였다.

홍 박사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재일제주인 3~5세는 정체성이 복잡하다. 향후 초국가주의와 탈제주가 진행됐을 때 일본사회에서 재일한인, 재일제주인이 소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세대와 어떻게 연계해 교류할 것이고, 이들의 고향이자 뿌리인 제주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며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일제주인 차세대를 위한 제주의 역사·문화 경험을 늘리고 제주사회에 공헌한 재일제주인 관련 교육을 통해 역사적 가치를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광명 (사)제주와미래연구원 연구이사는 '애향의 단성과 애향기념사업의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제주도민과 재일제주인 차세대를 대상으로 재일제주인의 애향심을 되새기고 기증물을 재인식할 수 있는 재일제주인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일제주인 청소년들이 민족 정체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모국 방문, 제주 역사·문화 체험 활동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며 오사카에 재일제주인복지센터 개설, 재일제주인 기금으로 조성한 애향운동장 주변 기념탑·소규모 기념관 건립 등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강창일 전 주일대사가 '재일제주인의 역사'를 주제로 특강에 나섰으며, 박찬식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이 '식민지시대 재일제주인의 이주 역사'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다. 이창익 제주대학교 일어일문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에는 문경수 일본 이츠메이칸대학교 교수와 김안나 전 일본총영사, 허남춘 제주대 국어국문과 교수, 이경민 재일본관동제주도도민협회 국제차장, 임창규 제주한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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