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커 가면서 부모가 선택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어린이집'인데요. '가치 육아 - 이럴 땐'은 앞으로 3회에 걸쳐 어린이집을 주제로 여러 고민을 만나 보겠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가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그중에 하나가 '어린이집'인데요. 언제부터 보내야 할지, 어떤 곳을 고를지,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지 같은 고민이 크다면 선택이 더 쉽지 않습니다. '가치 육아 - 이럴 땐'은 앞으로 3회에 걸쳐 어린이집을 주제로 다양한 질문을 다뤄 보겠습니다.



질문. 어린이집을 언제 보내야 할지 고민이에요. 만 1세가 되기 전에 보내는 것도 괜찮을까요.

= 네. 아이를 언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지 고민이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 시기를 정하는 것은 '부모의 선택'이에요. 어떤 분들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받아 15개월 정도 아이를 키우다 복직 전에 보내고, 이것마저 여의치 않을 땐 생후 3개월부터 보내기도 하는데요. 요즘은 독박육아, 맞벌이 등으로 부모마다 놓인 상황이 다르고 이를 고려해 그 시기를 정하기 때문에 딱 언제 어린이집에 보내라고 할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적어도 아이에게 알려 줘야 해요. 준비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준비를 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많이 어려도,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 거죠. 어린이집에 가면 어떤 사람이 있는지, 가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려 주고요.

그럴 때 중요한 게 있습니다. 사실 아이에게 어린이집은 가고 싶어서 가는 곳이 아니에요. 특히 어렸을 때는 더 그렇지요. 그러니 부모의 일정에 맞춰 무조건 가야 한다가 아니라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듣든 그렇지 않든 이런 과정이 필요해요.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상황 등을 같이 공유한다는 마음을 가지는 거지요.

부모의 선택이라고는 했지만, 너무 어릴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부모도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에요. 이런 마음이 들면 보내 놓고도 후회하거나 '내가 왜 이러나' 자책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그 시기를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주 어릴 때 보내야 한다면? "환경 적응 중요"

부모는 어린이집에 늦게 보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부모 모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처럼 말이에요. 이런 경우에도 앞에 언급한 것처럼 '준비'가 중요합니다.

만약 생후 3개월쯤, 비교적 어린 시기에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집에서 엄마 목소리만 듣던 아이가 3개월 이후에 갑자기 낯선 환경에 놓이고 낯선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어떨까요. 어떤 분은 '고통 받는다'는 표현을 하더라고요. 그만큼 아이가 힘들어 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나들이 등을 통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아요. 집에선 남편과 대화하는 소리를 들려주고, 밖에서도 다양한 어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요. 곧 어린이집에 다닐 거라는 얘기를 하면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어린이집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이런 과정은 아이를 존중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니 무조건 보내는 게 아니라, 아이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거지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집에만 있다가 바로 어린이집에 가는 것보다 조금은 덜 힘들 수 있을 거예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기 위해선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장 중요한 준비는? "부모와의 안정적 애착"

어린이집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이에요. 태어난 이후부터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가 힘들고 불안할 때 "(엄마 아빠) 여기 있어"라며 민감하게 반응해 주면 아이는 이 세상이 참 괜찮다고 느껴요.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을 이룬 아이들은 부모와 잠시 떨어져 있어도 다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지요.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을 이룬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서도 적응이 수월해요. 처음 부모와 헤어질 때는 가지 말라거나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할 수 있지만, 적응 기간을 거치며 선생님이나 친구와 안정적으로 관계를 맺지요. 신뢰감도 빨리 형성되고요.

이에 반해 부모와의 관계가 불안정하면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심하게 거부하거나 또 다르게는 부모와 너무 잘 떨어지기도 해요. 그런데 이 두 경우의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서의 적응은 똑같이 힘들어 하지요. '관계 맺음'이 잘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불안으로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변을 배회하기도 하지요. 놀잇감을 던지거나 뺏고, 친구를 물거나 일부러 건드리고 밀치기도 하고요.

이처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여러 가지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요.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을 비롯해 사전 준비가 중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이가 낯가리기 전에 보내라? "노!"

아이의 적응을 위해 낯가리기 전에 서둘러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부모님들도 있는데요.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는 이유가 낯가림 때문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춘기가 그저 껑충 뛰어넘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닌 것처럼 낯가림도 아이들의 자연스런 발달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낯가림은 보통 7~8개월, 이르면 6개월부터 시작돼요. 느린 아이들은 12개월부터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시기는 아이들이 인지적으로 깨어나는 순간입니다. 낯가림을 하면서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른 걸 구별하고 찾아가는 과정이지요.

아이가 낯가림을 하는 것에 너무 겁먹지 마세요. 아이의 낯가림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속상하고 안타까울 순 있지만 이건 아주 당연한 일이에요. 낯가림을 경험시키지 않으려는 게 되레 이상한 일입니다.

저는 낯가림을 하는 아이를 보며 '똑똑하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그건 바로 자기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2주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자유롭게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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