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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마을사 자료 '제주 호적중초' 사라지는데…"
지난 25일 문화재적 가치 재조명 위한 학술세미나 열려
제주도 '호적자료의 보고' 입증 자료에도 멸실·훼손 우려
도 문화재 지정 및 자료센터 설립, DB 구축 필요성 제기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22. 11.27. 16:29:24

지난 25일 국립제주박물관 강당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마련한 '제주 호적중초 문화재적 가치 재조명을 위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한라일보]18세기 후반~20세기 전반에 걸쳐 매 3년마다 마을 단위로 호구(戶口) 상태를 파악한 기록물인 '제주 호적중초'는 타 지역에 비해 도내 마을에서 다량 확인되어지고 있다. 이는 제주도가 일종의 '호적자료의 보고'임을 증빙하는 셈이다.

각 마을 거주민들의 실상 및 동태가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당시 제주도 마을의 원형을 재구성하는 근간이 되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는 '호적중초'. 이러한 호적자료들이 하루가 다르게 유실되고 있어 자료센터 설립과 문화재 지정 등을 통한 체계·통합적 보존·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5일 국립제주박물관 강당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마련한 '제주 호적중초 문화재적 가치 재조명을 위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그동안 다소 간과됐던 '제주 호적중초'의 위상을 다각적으로 재조명하고, 향후 체계적 보존·관리 및 활용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선 후기의 '대원(大元) 본관 호적중초본'. 한라일보 DB

이날 ''제주 호적중초'의 현황'주제발표에 나선 임승희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마을 소장 호적중초 등 호적 자료를 조사한 결과 16개 마을에서 약 1308책 내외(호적중초 590책, 통적 191책, 민적부류 76책, 기타류 451건)가 확인됐다.

특히 호적중초는 전국적으로 제주도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고, 특히 지금의 대정읍 지역에서 주로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임 연구원은 "소실 및 멸실 우려가 있는 호적중초 자료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문화재 지정을 통해 이후 통합적으로 보존·관리하고, 학술적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학성 인하대 사학과 교수도 ''제주 호적중초'의 연구 현황' 주제발표문에서 "'제주 호적중초'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인구사 및 마을사 자료"라며 "빠른 시일 내 자료센터를 설립해 일괄 수집, 보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자료의 디지털화와 DB 구축 작업의 시급함도 피력했다.

김동전 제주대 교수는 '제주 호적중초'의 문화재적 가치와 의의' 주제발표문에서 "'제주 호적중초'는 조선후기 제주도 사회·경제·문화 등을 연구하는 중요한 기초자료로, 당시 제주인들이 어떻게 살았을까(제주인들의 자취)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중요한 사료로 제주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를 비롯해 더 나아가 국가 보물로서의 지정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제주 호적중초'가 대부분 각 리사무소(복지회관) 캐비넷이나 궤에 보관돼 있어 보존환경이 매우 취약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열악한 보존 상태가 지속된다면 언제 멸실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김 교수는 '제주 호족중초'의 지속적 보존·활용을 위해 ▷'제주 호적중초'의 문화재 지정(제주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우선 지정, 나아가 국가지정문화재(또는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 노력 ▷수장시설이 체계화되어 있는 행정기관(도내 박물관 등)으로의 기증 및 기탁 ▷전산화 작업(DB구축) 실시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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