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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2022 제주愛 빠지다] (25)제주도민 꿈 배달하는 박채선씨
"가장 큰 매력은 열정 가득한 제주 사람들"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2. 11.25. 00:00:00

비영리단체인 꿈배달부는 7개월간 제주 청년들의 꿈을 인터뷰 한 뒤 영화로 만들어 상영했다. 사진은 꿈배달부로 활동하는 박채선씨가 영화 제작 과정에 참여한 모습.

[한라일보] 17살 소녀에게 제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때부터였다. 제주에서 살겠다고 마음 먹은 건. 박채선(22·제주대학교 2학년)씨는 2년 차 제주 이주민이다. 세종특별자치시가 고향인 박씨는 2년 전 제주대학교에 입학하며 삶의 터전을 옮겼다.

대학 진학을 이유로 타 지역에 거주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박씨와 같은 청년을 진정한 제주 이주민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는 당당히 자신을 이주민이라고 소개한다. 박씨는 "대학 공부가 끝나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쭉 제주에서 살 생각"이라며 "비단 학업만을 이유로 제주에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년 전 제주대학교에 입학하며 제주삶 시작
대학과 제주살이 꿈 이루기 위해 이주 결심
7개월간 도민 만나며 꿈 인터뷰 해 영화 제작


박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홀로 제주에 여행을 왔다. 제주의 풍광은 단숨에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주는 '사방에서 바다가 보이고,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젠가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박씨는 특수목적고등학교를 나온 '수재'다. 친구들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 국내 유명 대학에 입학했지만 박씨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박씨는 "경쟁 사회에 많이 지쳐 있었다"며 "과열된 입시 준비 과정에서 수많은 부작용을 목격한 것도 대학 진학을 포기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돌린 건 친구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박씨는 "대학 생활을 경험한 친구들이 대학 공부도 의미 있다며 진학을 권유했다"며 대학 공부와 제주에 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제주 이주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에게 제주의 가장 큰 매력을 꼽아달라고 질문하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제주에 살아보니 제주의 가장 큰 매력은 풍광이 아니라 사람들인 것 같다"며 "제주에서 자신만의 꿈을 키우며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제주 사람들 이야기를 전하는 청년 단체 '꿈배달부'에서 일하는 박채선 씨.

박씨는 학업 외에도 '꿈배달부'란 비영리단체 일을 한다. 꿈배달부는 꿈을 꾸며 이뤄 나가는 제주 사람들 이야기를 전하는 청년 단체다.

꿈배달부는 7개월 동안 100여명의 꿈을 설문 조사한 뒤 이들 중 3명의 꿈을 인터뷰해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올해 11월 6일 제주 노형 CGV에서 상영됐다. 박씨를 포함해 꿈배달부에 속한 청년 모두 영상을 기획하거나 촬영·편집한 경험이 없었지만 '도민들에게 꿈꾸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에 힘든 줄을 몰랐다고 한다.

박씨는 "맨 처음 꿈배달부 모집 공고를 봤을 때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냐'며 반신반의했지만 이 프로젝트를 구상한 전성한 대표의 기획 의도를 접하고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며 "꿈이라는 것이 직업 하나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꿈을 배달하는 박씨. 그는 꿈을 찾아 제주를 떠나는 청년들을 볼때마다 아쉽다고 했다. 그는 "제주에서 귤농사를 짓는 어느 한 피아니스트를 만난 적이 있는데 고객만을 위한 곡을 연주해주고 귤을 판매하더라"며 "이처럼 제주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블루오션이 있는 것 같다. 굳이 청년들이 꿈을 찾아 제주를 떠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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