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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의 문화광장] 10·29참사 이후, 쏠림문화의 위력 앞에서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2. 11.22. 00:00:00
[한라일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참사에 대해 온국민과 전세계인들이 애도의 뜻을 모으고 있다. 필자 또한 무거운 마음으로 10·29참사의 현상과 본질에 대해 되짚어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일선 행정 단위에서 상층 지휘부에 이르기까지 국가 기틀 전반에 대해 이번 참사를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짧은 지면에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러한 행정적인 논의 이전에 한국사회의 축제문화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고유 풍속도 아닌 외래 문화를 즐기다가 큰 변을 당했다는 푸념은 꼰대들의 일성에 불과했다. 사실 그날은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날이었고, 해당 축제가 열리지도 않았다. 물론 핼러윈데이를 염두에 둔 귀신복장의 젊은이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축제 때문에 참사가 일어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궁 근처에서 한복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같이 이태원에서의 코스튬플레이도 이미 현대도시의 일상이며, 그것을 사진에 담아 SNS에 올리는 것 또한 이미 삶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핼러윈데이라는 외래 문화가 다문화 정체성이 강한 이태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정 축제가 아니더라도 이태원은 이미 다문화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일상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에서 그만큼 매력적인 관광·축제의 장소도 드물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인구 1000만의 거대도시 서울, 수도권까지 합하면 2000만 이상의 인구가 과밀집한 대한민국의 중심이며, 게다가 전지구적으로도 준부변부 중심국가 중심도시의 중심지로 각광 받는 곳이니 이태원은 이래저래 주목받아 쏠림현상이 나타날 만한 곳이다.

그날 그곳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탓하기보다는 그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을 때다. 축적된 문화력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성장할 여력이 없었던 신생국가 대한민국의 쏠림문화 현상을 생각해보자. 이태원 핫플레이스를 분산할 수는 없을까? 핼러윈데이 같은 축제를 좀 더 일상적인 것으로 풀어낼 순 없을까? 문화적 관점의 장기적인 해법은 여기서 찾아야 한다. 문화적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이 아무리 전파력이 강하고 선택과 집중에 익숙한 공유재라고는 하지만, 이른바 문화산업의 최전선에서 이윤창출의 논리에 따라 생산·유통하고, 이를 재생산하는 2차 시장으로 확산하는 쏠림문화의 위험성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서양 놀이에 빠진 젊은 세대를 운운할 일이 아니라 유치원부터 청년세대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쏠림문화에 젖게 만든 편협한 문화산업 마케팅을 넘어, 말그대로 문화적 종다양성이 살아숨쉬는 생생한 삶의 문화를 일궈갈 수는 없는지 근본부터 고민해야 한다. 문화기관과 예술의 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예술위원회의 프로파간다가 속절없는 공염불처럼 들려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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