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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육아 - 이럴 땐 ⑨] "오늘부터 '6초 포옹'해 보세요"
형제간 좋은 관계 만들기, 부모 역할 중요
부부가 서로를 위하는 모습으로 본보기를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2. 10.31. 13:45:25


[한라일보] 형제간의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에도 부모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데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으로는 안 되는 이유, 그건 바로 부모도 힘들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출산을 거쳐 육아에 발을 들여놓은 부부라면 더 그럴 수 있는데요. 이번 질문과 함께 서로를 위하는 가족이 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질문. 갓 태어난 둘째를 보살피고 있는데 "놀아 달라", "안아 달라"며 떼쓰는 첫째.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는 손이 더 많이 가게 되지요. 수유도 해야 하고 안아줘야 하고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럴 때 큰아이가 놀아달라거나 안아달라고 떼를 쓰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런데 아주 단순해요. "너도 엄마랑 있고 싶구나." 이 말이면 되거든요. "너도 엄마랑 놀고 싶지. 같이 있고 싶지"라는 말처럼 큰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거예요. 아직 어린 아이라면 손을 잡아주거나 엄마 옷을 잡고 있어도 된다고 말해 주세요. 그거 하나로 큰아이는 엄마와 연결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엄마가 괜찮아야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엄마'가 괜찮아야 아이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말을 놓칠 때가 많아요. 갓 태어난 아이에 큰아이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에선 아이가 짜증을 내면 같이 짜증이 나기도 하지요. 엄마도 힘들기 때문에 그래요.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여유가 있으려면 엄마부터 괜찮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부터 청소에 설거지, 식사 준비까지.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는 순간 '천국 끝 지옥 시작'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엄마들이 힘들어하지요.

그럴 때 저는 몸 먼저 쉬라고 이야기를 해요. 아이가 잘 때 청소를 하거나 설거지하지 말고 엄마도 잠을 자라고 말입니다.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가사일도 적절하게 분담을 하고요. 우선 엄마가 쉬어야 해요. 그러면서 항상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야 하는 거죠.

이렇게 엄마가 괜찮아야 아이들에게 친절할 수 있어요. 둘째를 보는데 첫째가 떼를 쓰고 울어도 "엄마가 지금 너를 안아줬으면 하는구나", "많이 서운했구나", "그럼 우선 엄마 옆에 앉아 있어", "여기 엄마 등에 기대거나 팔을 잡고 있어"처럼 말하고는 "우리 동생이 자면 같이 놀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요. 엄마가 자신의 몸을 아끼는 게, 바로 가정을 위한 길이에요.

사랑하는 아내,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6초 포옹'해 보세요. 6초간 잠시 멈춰 포옹하면 서로 교감할 수 있을 거예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내에게 건네는 말, '고마워'… "6초 포옹해 보세요"

엄마가 괜찮으려면 아빠의 역할도 중요해요. 특히 아내가 출산한지 얼마 안 됐다면, 자신의 외모를 챙기기 어려운 건 당연하지요. 그럴 때 남편의 짜증 섞인 말 한마디는 아내의 마음에 불을 지를 수 있어요.

"이게 뭐야. 전쟁통이네." 퇴근한 뒤 어질러진 집안을 보며 한소리 하는 남편. 이런 말도 아내에겐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게 있어요. 임신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어떻게 했는지가 그 가정과 부부 관계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로간의 교감이 중요해요. 하루 종일 아내가 아이를 돌본 상황이라면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남편은 "당신 힘들지. 고생 많아. 매일 고마워"하고 말해 주는 거죠. 그러면서 '6초 포옹'을 해 보세요. 아내를 안아주고 여섯을 세는 거예요. 교감은 무언가 멈춰 있을 때 흐르잖아요. 잠깐 멈춰 포옹하며 나누는 이야기에 여러 부정적인 감정이 다 녹아내리지 않을까요.

아내도 남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해요. 아이가 태어난 뒤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느끼는 남편들도 있거든요. 서로 서로를 위하는 게 필요해요. 엄마 아빠가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말이 아닌 몸으로 배우게 돼요. '내가 세상에 잘 태어났구나', '세상은 괜찮은 곳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고요.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2주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자유롭게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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