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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버진 폭도 아니다"… 제주4·3 사상검증 논란 종결
4일 제주지법 재심서 66명 전원 무죄 선고
희생자 유족들 직접 참석해 검찰 주장 반박
재판부 "무죄 판결로 조금이나마 위안되길"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10.04. 14:56:17
[한라일보] 제주4·3 희생자 66명이 '사상검증' 논란을 딛고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4일 4·3희생자 66명(군법회의 65명·일반재판 1명)에 대한 특별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청구 인원이 당초 68명에서 66명으로 줄어든 이유는 심리 과정에서 2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66명 중 4명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4명이 무장대 활동을 했거나,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의 주장대로 4명을 규정하면 ▷남로당 핵심 간부이며, 월북 후 남파 간첩으로 활동한 김민학(1922년생) ▷북촌리 남로당 조직부장으로 경찰 후원회장을 살해한 이양도(1927년생) ▷한림읍 대림리의 폭도대장 임원전(1920년생) ▷형무소 수감 중 월북해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 중국으로 탈출한 문옥주(1919년생)가 된다. 근거는 대부분 보수 성향 언론사 보도 내용을 인용했다.

이날 재판에서 임원전씨의 아들 임충구(79)씨는 "검찰이 극우단체의 4·3 폄훼 자료를 근거로 아버지를 대림리 폭도대장으로 지칭한 것은 망인을 두 번 죽이고,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며 "4·3 당시 아버지는 애월면 서기로 근무하며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일하신 분"이라고 증언했다.

김민학씨의 아들 김용원(56)씨도 "4·3 희생자 신청 과정에서 말했던 내용으로 검찰이 아버지를 간첩으로 몰았다. 사실 당시에는 4·3 자체를 잘 몰랐다"며 "재심을 준비하면서 아버지가 오히려 존경을 받아야 할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뒤늦게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아낸 내 자신이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선고에 나선 장 부장판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며 "오늘 판결이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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