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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석의 한라칼럼] 제주형 기초자치단체에 부쳐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2. 08.02. 00:00:00
[한라일보] 제주형 신복지, 제주형 분산에너지 기본계획, 제주다움 5대 의제 등 제주에는 제주형과 제주다움이 유독 넘쳐난다. 제주가 제주다움을 강조하는 이유의 저변에는 제주도 특유의 자부심과 정체성이 자리 잡고 있다. 조냥 정신, 괸당 문화, 수눌음, 해녀 문화 등 고유의 정신문화를 이어온 섬의 정체성은 육지와 다른 제주의 특성을 두드러지게 강조한다. 반면 그 부작용으로 제주다움은 제주지역의 이기심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이 제주형이고 제주다움인가에 대한 답은 불명확하다. 제주형이나 제주다움이라면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정의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용어가 남용되며 정작 제주의 고유성과 정체성이 모호해진다. 더구나 제주다움에 파묻혀 제주를 상징하는 제주의 슬로건은 생각나지도 않는다. 'I♥NY'은 뉴욕을 세계적 대도시로 재탄생시킨 슬로건이다. 이 직관적이고 짧은 문구는 뉴욕 시민들이 스스로 뉴욕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고, 나아가 성숙한 시민의식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1970년대 정책의 실패와 강력범죄의 증가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뉴욕은 'I♥NY'으로 대표되는 도시 브랜딩을 통해 오늘날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제주의 도시 브랜딩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우선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한 제주의 이미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배척이 아닌 포용, 폐쇄가 아닌 개방, 갈등이 아닌 화해, 파괴가 아닌 상생의 가치가 우선하는 제주였으면 한다. 사람을 생각하되 사람만을 우선하지 않고, 나와 이웃에 대한 존중이 넘치는 제주였으면 한다. 굳이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제주다움은 그 이미지 위에서 열린 논의를 통해 정립될 수 있다. 제주다움은 단지 타지역과 구별되는 다름이 아니라 제주만이 지닌 가치의 구현이어야 하고, 공공디자인의 도입이나 제도의 설계 등 사회 각 분야에 제주의 가치가 스며드는 통로여야 한다.

'I♥NY'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뉴욕을 사랑하게 하는 캠페인이었다. 뉴욕의 이미지를 바꾸고 관광객의 편의를 배려함으로써 뉴욕의 관광산업을 부흥시켰다. 'I♥NY'이 뉴욕 시민을 하나로 모아 뉴욕의 위기를 헤쳐나갔듯, 개념이 정립된 '제주다움'이 제주의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단초이기를 바란다. 캐리어를 놓을 수 있는 거치대 설치 등 관광객의 편의를 고려한 버스 설계, 장애인도 제주를 즐길 수 있는 장애 친화 시스템 도입, 제주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긴 제주만의 제도 설계 등 사회 각 분야에 배려와 공존의 제주다움이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제주형이 화두가 되고 있다. 새 도정이 추구하는 기초자치단체가 제주도의 정체성과 제주도민의 정신이 담긴 제주다운 모델로 설치되기를 바란다. 그동안의 행정 체제 개편의 논의 구조를 넘어서 제주 가치의 실현이기를 바란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는 제주다움의 구현이어야 하고, 도민의 선택과 합의의 바탕에서 설치의 정당성이 부여돼야 한다. <문만석 (사)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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