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모리라는 마을 명칭의 연원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모슬포라고 하는 지명은 모슬개라는 지명에서 왔다. 위치로 구분하여 알모슬개와 웃모슬개 두 개의 마을 중 알모슬개는 하모리가 되고 웃모슬개는 상모리가 됐다. 상모1리는 이교동과 산이수동이라고 하는 마을이 모여 하나의 행정리 명칭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마을 운영조직도를 보면 이교동과 산이수동이 연합체처럼 운영되는 것이 특색이다. 그만큼 전통적인 취락구조에서 오는 독자성을 중시하는 마을이라고 해야겠다. 알뜨르와 송악산, 섯알오름이 떠오르는 마을이다. 섬 제주의 서부지역 굵직한 키워드가 마을 한곳에 모여 있는 상황. 개별적으로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데에도 책 한권이 필요할 사연과 중요성을 가진 지명이라고들 한다. 66만여 평에 이르는 평지 농토 알뜨르는 여기가 화산섬이 아니라 육지 어느 평야지대를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마을 주민들의 족보를 기준으로 파악하여 보면 17세기경부터 조상들이 피땀 흘려 농토로 개간하여 만든 땅. 워낙 넓은 면적이라 한 세대에 이뤄질 수 없는 경작지 만들기의 역사가 상모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소중한 옥토가 일제강점기에 태평양전쟁에 필요한 군사시설로 강탈당해 빼앗겨버렸다. 해방 이후, 국가는 원래 주인들에게 돌려줘야 했음에도 그대로 군사적 목적으로 움켜쥐고 있는 상황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한 맺힌 알뜨르의 역사를 마을 어르신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경찰이 강도를 잡아서 강탈한 물건을 발견했으면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경찰이 소유권을 가지고 주인더러 입대해서 쓰라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경우가 알뜨르입니다." 알뜨르는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가 결코 아니다. 마을 주민들의 입장에서 역사가 될 수 없는 현실이다.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 건설된 비행기 격납고 등을 소개하면서 알뜨르 농토의 근원적인 문제의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수십 년을 국가라는 이름으로 알뜨르의 주인들에게 피맺힌 한을 심어주고 있는 현실. 바닷가로 나가면 송악산과 해안 절경이 있어서 눈부신 발전 가능성과 만나게 된다. 송악산 분화구가 가진 학술적 가치와 경관적 자산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발휘한 것이다. 모슬포항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송악산 방향으로 오는 길은 평평한 대지와 바다가 만나는 편안한 느낌을 주다가 송악산에 당도하여 조금 경사지대를 오르면 갑자기 펼쳐지는 산방산과 한라산 그리고 수려한 해안선. 섬 제주의 1/4이 시야에 들어오는 묘한 성취감까지 맛보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마을 주민의 대부분은 농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다가올 미래는 상모1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연자원들을 활용하여 1차산업과 3차산업이 조화로운 융합을 이루는 마을로 성장 발전하고자 하는 공감대. 마을 경쟁력을 판단하는 다양한 표본을 가지고 판단하더라도 전국 어느 마을에 뒤지지 않을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생태, 체험, 역사, 문화자원까지 뒤쳐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문제는 행정적 판단에 의한 관심이다. 지속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치밀한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마을주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소득과 연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계적 실천전략이 나와 있어야 한다. 제주 서부지역의 관광 거점으로 성장 할 수 있는 풍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 마을공동체의 역량을 키워서 외부자본에 의한 무리한 개발이 아니라 보존 중심의 지속가능한 관광마을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주 사소한 관심사로 보이지만 바닷가 낚시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해변을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포인트들이 있다고 한다. 취향 중심의 다양한 관광상품들이 개발되는 환경에서 상모1리라고 하는 상품성에 기대를 건다. 젊은이들이 왈칵 들어와서 소박한 창업을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풍부한 마을이 되는 꿈. 그런 마을세상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상모1리다. 알뜨르 농로를 걸으며 이상화 의 시를 읊는다. 빼앗긴 뜰에도 봄은 오는가. <시각예술가> 평화로운 채소밭 풍경 <수채화 79cm×35cm> 섯알오름에서 <수채화 79cm×35cm> 그 여름날 내리쬐던 슬픔을 그리려 했다. 질긴 생명력의 상징 제주 해송들이 혼백처럼 솟아나 섯알오름에 뿌리를 내렸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두런두런 맺힌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가늘고 야윈 몸으로 하늘 향해 춤을 추는 동작이며.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듯도 하다. 통곡의 흙벽은 천상의 해송들과 지상에 휘어져 어디론가 향하는 길과 밭들로 구분 지어줬다. 공간적 슬픔이란 이런 것이려니. 추모비 옆에는 '명예회복 친혼비'가 있다. 섯알오름은 끊임없이 묻는다. 명예회복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지 억울하게 죽어간 분들이 해야 하는가? 전 세계 인류 앞에 답하라.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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