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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날아오는 시멘트 가루 '속수무책' 도평동 주민들
제주시 도평동 일대 주민들 레미콘 공장으로 인한 피해 주장
"감귤 썩어버려 상품성 떨어지고 작업할 때마다 기침 이어져"
공장 관계자 "분진 발생 억제 노력 중… 피해 있다면 보상할 것"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2. 07.05. 16:20:51

제주시 도평동의 한 레미콘 공장 자재 더미 위로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리고 있다. 김도영기자

[한라일보] 제주시 도평동의 과수원 주민들이 인근 레미콘 공장에서 날아온 시멘트 가루 등 분진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5일 현장에서 만난 주민 A 씨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시멘트 가루가 날리고 과수원에서 작업을 할 때마다 기침이 난다"며 "며칠 전 바람이 강하게 불던 날에도 여지없이 시멘트 가루가 날아왔는데 곧 태풍이라도 오면 더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 B 씨는 "날아온 시멘트 가루가 과수원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감귤을 수확하면 금방 썩어버린다"며 "선과장에 가져가도 제 값을 받기 힘들어 피해가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B 씨의 과수원은 레미콘 공장과 담 하나를 두고 맞닿아 있다. 높은 옹벽 너머로 공장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고 가득 쌓여있는 자재 더미 위로 검은색 덮개가 보였으며, 분진 발생을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리고 있었다.

제주시 도평동의 한 과수원으로 날아온 시멘트 가루가 배수로에 소복이 쌓여있다. 김도영기자



B 씨는 밭 이곳저곳에서 날아온 시멘트 가루의 흔적을 확인시켜줬다. 감귤 나무 아래쪽은 물론이고 배수로를 따라 회백색의 가루가 쌓여 있었다.

레미콘 공장과 인접한 또 다른 과수원 주인 C 씨는 "몇 년 전부터 민원을 제기해도 피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 없고 달라지는 게 없어 답답하다"며 "귤 농사를 지으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과수원을 처분하고 싶어도 공장으로 인해 쉽지가 않아 재산상의 침해가 크다"고 말했다.

레미콘 공장 인근 주민들은 '피해 지주협의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피해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25명 정도가 참여 의사를 전했으며 협의회가 구성되는 대로 농작물 피해와 건강상의 피해에 대한 구제 방안을 찾고 업체 측의 사과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레미콘 공장 관계자는 "인근 농민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며 "주변 과수원 피해 예방을 위해 옹벽을 설치하고 방진 덮개 등을 사용해 분진 발생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의 피해가 확인된다면 피해 보상에 나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시는 지난 4일에도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해당 시설은 비산 먼지 발생 사업장으로 신고돼 있으며 4일 점검에서는 위반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방진 덮개 사용과 살수 작업 등 분진 억제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업체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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