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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허수아비 인권위로 전락시키려 하는가
입력 : 2022. 06.20. 00:00:00
제주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제주인권위원회) 위원들이 집단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황당한 일이다. 다른 기관도 아닌 인권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유는 제주도정이 인권위 활동을 방해하고 심의·자문 역할을 없애는 등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제주도정이 인권위 역할에 훼방을 놓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신강협 제주인권위 위원장 등 위원 6명은 지난 16일 제주농업인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인권위의 기능과 역할을 마비시킨데 대한 항의로서 동반 사퇴한다"고 말했다. 제주인권위는 도민의 인권보장 및 증진정책과 인권침해 예방, 피해구제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기구다. 이들은 "도민의 인권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독립적인 인권기구인 인권위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안타까운 일이다. 단적으로 제주도로부터 업무위탁을 받은 모 재단과 관련 인권침해 사례만 해도 납득이 안된다. 이 사안과 관련 이들은 "제주도가 인권위에 알리지도 않고 자체적으로 판단, 종결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인권위는 인권침해 구제기관이 아니"라며 "인권위는 조사권이 없어 심의하고 권고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인권위를 왜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가 조사권 없이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가. 제주도가 인권위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허수아비 기구로 전락시키고 있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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