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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의 편집국 25시] 누구의 개인가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5.26. 00:00:00
한 집에 개를 키웠다. 무서운 맹견인데, 적을 겁주는 데 유용했다. 그런데 이 맹견이 가끔 주인을 무는 사고를 쳤다. 고심 끝에 주인은 이 개의 이빨을 뽑아버리기로 했다.

지난 3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공포안이 의결됐다. 이에 대해 현재 검찰 총수(대검 차장)가 된 이원석 당시 제주지검장은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 있고, 거악(巨惡)도 편히 잠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차장이 언급한 사건은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을 가리킨 말이다. 비유가 이상하다. 수사권을 박탈할까, 유지할까는 '구조'의 개편에 관한 것이고, 살인사건 수사는 '사건'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는 '늘 그러한 것', 사건은 '일어나서 지나가는 것'이다. 즉 사건 처리를 이유로 구조의 개편을 반대하는 것은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거악'의 비유도 문제다. 그가 거악이라고 나열한 사건들을 보니, 죽은 권력만 사냥한다는 얘기가 뜬소문이 아닌 듯 했다.

정권을 넘기기 전에 수사권을 박탈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 주장이 맞다고 해도,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다면 누구도 이빨을 뽑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의 비유가 과하다고 여길 수 있다.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별명이 '신(神)의 로트와일러'였다. 로트와일러는 독일산 맹견이다. 성직자에게 신의 충견이라는 표현은 최고의 칭송이다. 누구의 개냐가 문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국민의 개'가 되는 것은 공직자의 의무이자 더없는 영예다. <송은범 행정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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