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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월요논단]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와 정치인의 시각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2. 05.16. 00:00:00
최근 전국장애인연합회(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며 현재도 시위는 진행형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발언으로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공당 대표로서 이준석 발언의 핵심은 출근 시간 지하철 시위의 불법성과 시민을 볼모로 하는 비문명적 시위라는 점이라는 인식이 문제라 생각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맞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시위 속에 가려진 사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발언이다. 불법, 볼모 운운하며 법의 논리와 부당성을 강조하고 적대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공당의 정치인으로서 현장을 방문해 장애인들의 시위에 경청하고 설득하며 정치적으로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20년전에도 전장연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슬로건은 '버스를 타자!'. 이번 시위는 '지하철을 타자!'와 다른 점은 교통수단이 버스에서 지하철로 바뀐 것 뿐이다. 전장연의 투쟁과 노력 덕분이었을까, 정치인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20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많이 보급,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보면 부족하거나 보완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첫째, 도시와 건축구조의 문제다. 이동권은 단순히 이동하는 차원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편의성이 담보돼야 가능한 것이다. 최근 제주도에도 저상버스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이동서비스제공의 폭도 넓어져 이동권 보장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저상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인도의 턱과 구조의 물리적 문제해결과 같은 도시공간측면에서 해결할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또한 횡단보도의 구조와 신호 역시 휠체어 사용자를 고려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도 보안돼야 할 부분이다.

둘째, 학습권의 보장이다. 헌법에 보장돼 있는 국민의 권리인 학습권은 장애인에게는 적절하고 충분한 예산확보와 환경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장애인 학습권을 둘러싼 논쟁은 수년전 서울의 발달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서도 지역주민의 극렬한 반대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땅값 하락을 걱정하며 강하게 반대하는 지역주민들, 발달장애인의 제대로 된 학습환경이 간절해 무릎을 꿇어 요청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세계경제권 10위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장애인의 이동권이나 학습권 등은 시혜적이거나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수단이자, 권리이다.

불법시위, 시민볼모라는 정치인의 발언으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오히려 비문명적인지 모른다. 작은 목소리, 슬픈 목소리도 경청해 해결하려는 소통의 정치가 아쉬운 시대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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