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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표의 현장시선] 수눌음 정신으로 되살아나는 제주 농업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2. 05.13. 00:00:00
제주 농촌에선 예로부터 밭농사를 주로 지으며 가정의 생계를 꾸려왔다. 마을공동체도 탄탄해 농번기마다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농작업에 힘을 더하는 '수눌음 문화'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척박한 토양에서 밭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고된 환경 속에서 수눌음 공동체는 인적 자원의 확보뿐만 아니라 이웃간에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는 정신적 공동체의 역할도 훌륭히 해냈으며, 이러한 미풍양속이 지금까지도 우리 제주인의 가슴에 깊은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 제주 농촌은 심각한 고령화로 농촌에서 생활하는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심각한 일손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청년들의 탈농촌화로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농촌 유입 인구는 급감해 도시에서 실업자가 늘어나는 현상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로 인해 현재 제주의 농업인력은 외국인 근로자들로 대체된 지 오래다.

제주의 대표적인 밭작물인 마늘인 경우 수확철인 5월 짧은기간에 인력수요가 집중되지만 그에 비해 농촌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해마다 이맘때면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2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마늘 수확을 위한 인력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면접촉 기피 현상으로 마늘 일손돕기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수가 급감해 농촌 일손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어 농업경영에 필요한 경비의 상당부분을 인건비가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자 애써 기른 작물의 수확을 포기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기후 위기, 새로운 펜데믹 등으로 우리 농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1차 산업인 농업이 무너지면 농민이 무너지고 우리의 먹거리가 무너지며 우리 삶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이런 위기를 겪는 제주농업을 위해 제주농협은 수눌음 정신을 이어나가며 ESG 경영을 추구하고자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장에 인력을 지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제주농업인력지원센터'를 2018년 5월에 출범시켜 자원봉사자 등 무상인력과 단기취업 형태의 유상인력을 농가에 중개하는 역할을 통해 인력문제를 겪고 있는 농가의 어려움 해소에 나서고 있다.

올해도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4월 범도민 마늘수확철 농촌일손돕기 동참을 요청하는 서한을 도내 공공기관과 단체 등 140여 곳에 발송해 공공기관, 군부대, 기업체, 대학 등 모든 기관을 망라한 전방위적인 농가일손돕기 홍보와 현장지원에 노력하고 있다. <강승표 농협제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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