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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오민애가 나타났다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2. 05.06. 00:00:00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배우상의 주인공은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배우 오민애에게 돌아갔다. 배우 오민애는 '사랑의 고고학'에 출연한 배우 옥자연과 함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오민애가 나타났다'는 말은 발견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기쁨의 탄성에 가깝다. 올해로 23년째 배우 활동을 하고 있는 오민애는 늘 수많은 작품 속에 오롯이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이름보다는 얼굴이 익숙할 그녀는 최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편의점 점주 변상미 역할로 대중들에게도 얼굴을 알리고 있다.

 나에게 배우 오민애의 얼굴이 깊은 잔상을 남긴 작품은 제18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 부문을 수상한 단편 '나의 새라씨'다. 뜻대로 풀리지 않은 서울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온 51세의 중년 여성 정자.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 새라라는 가명으로 도축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삶에 지친 신산한 얼굴로 외면했던 과거와 직면하는 혼란스러운 심정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그려낸 배우 오민애는 정자와 새라, 두 얼굴의 내면을 탁월하게 연기해낸 바 있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스크린에 데뷔한 배우 오민애에게 '나의 새라씨'는 연기 인생 20년 차에 만난 작품이다. 이후 그녀는 독립 단편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 대상과 제41회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수상작인 '실', 제1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뉴필름메이커상을 수상한 '굿 마더', 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하고 올해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된 '불모지' 등 배우 오민애는 각기 다른 소재를 다룬 작품들에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특히 중년 여성이 주인공인 오민애의 단편들은 학원물과 청춘물 등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던 독립단편영화의 저변을 넓히며 관객층을 확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듯 꾸준한 연기 행보를 보여왔던 배우 오민애는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무려 5편의 출연작이 경쟁 섹션에 초청되며 놀라움과 반가움을 함께 안겼다. 장편 경쟁 섹션의 '윤시내가 사라졌다'를 비롯 단편 경쟁 섹션에 '그렇고 그런 사이', '심장의 벌레', '오 즐거운 나의 집', '현수막'이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각 작품들은 배우 오민애 특유의 생활감 짙은 연기는 물론이고 중년의 멜러와 다양한 형태의 가족 영화 속 엄마 캐릭터 등 그녀의 넓고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과 캐릭터 해석력을 만날 수 있는 수작들이다.

 첫 장편 주연작인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배우 오민애는 가수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를 연기한다. 서로 다른, 너무 안 맞는 모녀의 버디로드무비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배우 오민애는 엄마인 동시에 지망생이고, 프로페셔널한 직업인인 동시에 서툰 대화 상대이기도 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짙은 화장과 코미디 연기로 또 한 번 스스로의 가능성을 결과로 입증해 낸 배우 오민애는 이 작품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나 보인다. 마치 이전의 무대가 좁았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러닝 타임 전체를 무대처럼 활용하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활력 넘치게 선보이는 것이다. 말 그대로 관객을 들었나 놨다 한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병실에서 펼쳐지는 무아지경의 가창씬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은 아마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유효할 텐데 그 점에서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배우 오민애를 추앙하던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콘서트 같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오민애의 무대는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이제 티켓을 구하기 어려워질 무대의 표를 서둘러 구한 뒤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준비할 일만이 남아있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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