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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제주의 미래다] (13)하와이, 물관리 어떻게 하고 있나
"제주 지하수 연구·정책의 통합·일관성 갖춰야"
“지하수 관리 선진국 하와이주 사례 벤치마킹 필요”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2. 04.19. 00:00:00

사진 왼쪽부터 고대로 한라일보 부국장, 김태윤 제주와미래연구원 수석연구원, 고기원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 겸 연구소장

보이지 않는 지하수의 특성상 조사·연구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지만, 임기가 제한적인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 특성 탓에 정책과 사업 시행에 있어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라일보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은 공동 특별기획으로 '물은 제주의 미래다'라는 대주제 아래 열세 번째 소주제로 '하와이, 물관리 어떻게 하고 있나?'를 다뤘다.

토론은 지난 11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김태윤 제주와미래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고기원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 겸 연구소장, 고대로 한라일보 정치부 부국장이 참여했다.

이날 패널들은 하와이주의 지하수 관리제도와 정책을 통해 현재 제주에서 발생 중인 지하수 위기 극복 방안과 관리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제주도를 비롯한 섬 지역은 대륙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을 수 없고, 면적도 넓지 않으며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한정돼 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태평양 한복판에 위치한 미국 하와이주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해 세계 섬 지역에서 지하수를 가장 잘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와이주는 1897년부터 지하수를 개발, 이용하기 시작했으며 지하수 과다 개발에 따른 지하수위 하강과 해수침투 문제, 농약과 생활하수에 의한 지하수 수질오염 문제 등을 경험했다.

제주도는 1990년대부터 하와이주의 지하수 관리를 벤치마킹해 지하수 관리에 적용해오고 있다.

▶김태윤(이하 사회자)=하와이주 최초 지하수 개발 시점과 문제점은.

▶고기원=1879년 처음 지하수가 개발된 이후 사탕수수 경제가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일일 151만t에 달하는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뽑았다. 설탕 1t을 생산하는 데 약 3780t의 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인해 1900년대부터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사회자=하와이주에서 제주도가 배워야 할 점들이 있다면.

▶고대로=위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자 지하수위 하강 예방을 위해 산림보전지역 설정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반면 제주같은 경우 서부지역 지하수 농업용 관정 해수 침투 문제가 계속해서 노출되고 있는데 행정에서 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해수 침투 시 농민들에게 전파하는 피해 예방 경보 시스템은 있었지만, 해수 침투를 사전에 막기 위한 고민이 적었다. 이런 부분을 하와이로부터 배워야 한다.

▶사회자=결국 체계적 물관리를 위해선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하와이주와 제주도의 지하수 관리 법 체계를 비교한다면.

▶고기원=사실 제주도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하수 관련 법 제도는 하와이주랑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도가 1990년대 제주도 개발특별법과 시행 조례를 만들 때 하와이주의 지하수 보전관리제도를 많이 벤치마킹해서 우리 특별법과 조례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없고 하와이주에만 시행하고 있는 제도는, 오폐수를 지하로 무단 침투시킬 수 없도록 하는 금지구역을 도면으로 고시하고 있는 제도다. 또 광역상수도를 포함한 상수원 대부분이 지하수관정인데, 하와이주에서는 상수원을 평가해서 수질오염으로부터 상수원이 얼마나 안정성이 있는지를 본다. 만약 오염 우려가 있다면 구역을 설정해 구역 내 오염원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아울러 대수층(지하수가 주로 흐르는 지칭)별로 적정하게 취수할 수 있는 지속 이용 가능량을 고시하고 있다. 지하수 관정 등에서 농약이나 유기화합물과 같은 독성물질이 검출되는 관정은 1년에 한 번씩 관정의 위치와 독성 물질의 농도를 관보 등에 고시해 주민들이 알게끔 한다.

▶사회자=토지 이용과 관련해 오염물질이 지하로 침투할 수 없게 하는 측면과 물 이용량을 대수층별로 별도 구분해 정하고 있는 점, 지하수 관리에 있어 시민들과 소통한다는 특징이 있다. 행정체계에서도 차이가 있다면.

▶고기원=하와이주는 수량과 수질, 농업용수 개발 공급을 기능별로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는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수량·수질 등 모든 것을 통합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용역을 진행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하와이주의 경우 수량은 수자원관리위원회가 소속된 토지·천연자원국에서 총괄 담당하며 수질은 보건국, 농업용수는 농업국에서 전담하고 있다. 이같이 기능별로 담당했을 시 연계 협력 또는 소통의 문제 등이 우려되지만 수자원관리위원회가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부서별 장벽이나 불통으로 인한 문제는 없다.

▶사회자=수량, 수질, 농업용수 관리의 세 기능을 총괄적으로 통합하는 기구인 수자원관리위원회의 역할은.

▶고대로=수자원 개발 계획과 수자원 보호, 하천이용 프로그램 등 하와이 지하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는 상수도, 농업용수, 하천관리가 제각각 부서로 나뉘어져 있어 한 부서에서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 부서를 통폐합해 하나의 기구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자=수자원관리위원회 등 상설 조직을 만드는 게 적합할지, 부서를 통합하는 것이 적합할지.

▶고기원=하와이주의 수자원관리위원회는 하와이주 헌법에서 규정한 물 관리 전담 법적 기구로, 거의 독립적 기능을 수행한다. 상설 조직이다. 제주지역의 제주특별법에 의한 감사위원회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기능별 담당이든 통합 관리든 중요한 것은 통합 조정의 기능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거다. 통합 관리를 하더라도 컨트롤타워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와이주의 수자원관리위원회는 1988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으며, 하와이주 수자원 정책을 수립하고 부서별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 조정 및 피드백 역할까지 모두 수행한다.

▶사회자=지하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 조사·연구의 연속성이 중요한데 우리 도의 공조직 같은 경우 직원들이 자주 바뀐다. 그래서 정책의 일관성이나 연속성이 다소 완화될 수 있는 구조인데, (하와이주의) 수자원관리위원회가 그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봐야하는 건지.

▶고기원=그렇다. 하와이주와 제주도의 행정체계에서 가장 다른 점은 공무원 조직 구성이다. 제주의 경우 6개월~2년 이후 부서를 옮기지만 하와이주 호놀룰루시 수도국 같은 경우 수도국장 평균 임기가 10년이다. 우리 수자원본부는 평균 임기가 1년에서 1년 반이다. 이에따라 정책이나 사업 시행에 있어 구조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우리 공무원 조직의 특성이 그렇다는 거다.

▶사회자=제주도 최상위 수자원 관리정책이 수자원관리종합계획인데, 그 외에도 수도정비기본계획, 용천수관리계획, 물산업육성계획, 농업용수종합계획 등 부서별 별도 계획을 따로 수립하고 있어 전체적인 수자원 관리체계 측면에서 신뢰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가 전반적으로 수자원 관리 계획의 수립, 시행에 있어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고대로=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현재 제주도의 지하수 함양량과 지하수 이용량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6개월~1년 단위로 공무원이 바뀌니 결국 매년 지하수 정책이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적인 상설기구를 만들어서 수자원에 대한 모든 정책과 이용에 통합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역할을 제주도 지하수연구센터가 맡아야 하는데 예산과 인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자=하와이주에서 어떤 형태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나.

▶고기원=하와이주에선 물 이용을 줄이고 아끼자는 측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버넌스가 있고, 두 번째는 지하수가 함양이 되는 유역을 보호하자는 유역 관리 거버넌스가 있다. 또 지하수 함양량을 1일 10만t 가량 늘리자는 세 가지의 목표를 설정해서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들을 거버넌스가 직접 챙기고 있다. 특이한 것은 하와이주 의회에서 이같은 제안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법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사회자=시민운동을 법으로 보장시켜준 것인지.

▶고기원=그렇다. 직접적으로 물을 아껴쓰거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어떤 방법을 쓸지 등에 대한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거다. 또 (지하수) 유역 관리 관련 파트너십 등 거버넌스가 구축돼 있고, 정부가 연간 120억 가량을 지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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