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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주4.3 74주년] (1)4.3보상과 가족 관계 특례
재판 없이 제주 4·3 뒤틀린 가족 관계 바로잡기 검토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2. 03.28. 00:00:00

올해 하반기부터 제주4·3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되고 뒤틀린 가족 관계를 바로 잡는 연구 용역이 추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3일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유가족들이 행방불명인 표석을 둘러보며 헌화하고 있다. 한라일보 DB

올해 하반기부터 희생자에 보상금… 5년간 순차 지급
정부, 가족 관계 해결 방안 담은 용역 과업지시서 공개

전담 재판부 구성·호적 유지한채 예외적 유족 인정도

대한민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제주4·3 74주년인 올해는 국가차원의 희생자 보상이 처음 이뤄지는 등 역사적 의미가 크다. 본보는 4·3 현안에 대한 다각도의 진단을 통해 4·3 완전 해결을 위한 과제와 방향성을 모색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제주4·3 보상은 피해자를 상대로 이뤄지는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뒤틀린 가족관계로 희생자 유족임에도 유족으로 인정 되지 않은 이들을 찾아내는 일과 이들을 보상 대상으로 끌어들여 구제하는 일이 남아 있다.

▶올해부터 국가 보상 시작=제주4·3 희생자 보상금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급된다. 제주4·3 피해자 중 사망·행방불명 희생자는 1인당 9000만원씩을 지급 받고, 후유장애인과 수형인은 장애등급과 구금일수 등을 고려해 정부 위원회가 산정한 금액을 보상금으로 받는다.

지급 대상자가 사망했을 경우 보상금은 유족에게 상속된다. 보상금 상속 순위는 민법에 따라 배우자·직계비속(자녀·손자녀), 직계존속(부모·조부모),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이다. 4촌 이내 상속자가 없으면 희생자의 제사를 지내거나 무덤을 관리하는 5촌도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보상금은 한꺼번에 모두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5년간 순차적으로 지급된다. 4·3중앙위원회가 피해자 생존 여부, 희생자 결정일 등을 고려해 오는 5월 보상금 신청 우선 순위를 공고하면, 이 공고를 토대로 오는 6월쯤 신청을 받아 올해 하반기부터 보상금 지급이 시작된다. 제주도는 희생자 1만5000여명 중 약 2000여명이 올해 안에 보상금을 지급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희생자·유족이 모두 고령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5년'에 얽매이지 말고 지급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뒤틀린 가족 관계 바로잡기=제주도에 따르면 4·3 희생자 자녀가 친아버지 호적에 오르지 않고 큰아버지, 심지어 할아버지 등 다른 사람 호적에 등재된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이럴 경우 유족으로 인정 받지 못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희생자 유족이 법적인 유족 지위를 얻기 위해선 호적에 잘못 등재된 친자 관계를 바로잡는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과 또 자신이 희생자의 친자녀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뒤틀린 가족 관계를 바로잡는데 적잖은 소송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당초 4·3 특별법 개정안엔 유족이 곧바로 인지를 청구할 수 있는 특례가 포함됐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삭제됐다. 대신 정부는 사실과 다른 희생자와 유족의 가족 관계를 바로잡는 연구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고, 지난 23일 용역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정부가 내놓은 용역 과업지시서에는 가족관계 기록 불일치 현황 조사와 원인 분석 등을 포함해 유족의 소송 부담을 줄이면서 가족 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특히 정부가 문제 해결 방안으로 ▷위원회가 소송 대리하거나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안 ▷아예 재판없이 가족 관계를 정정하는 방안 ▷가족 관계를 정정하지 않는 등 호적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예외적으로 유족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용역 결과는 이르면 올해 안에 제시될 계획이며 정부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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