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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법원 사기혐의 변호사 비공개 선고 특혜 '논란'
피고인 요청 없는데도..헌법 공개 재판원칙 정면 위배
"변호사 명예 판사가 지켜준 꼴"..법원 "측은한 마음에"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1.14. 14:00:00
제주지방법원이 특정 피고인에게 '비공개 선고'라는 특혜를 제공해 논란을 낳고 있다.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검사 출신 유명 변호사 얘기다.

 지난 11일 제주법원 A판사가 심리하는 법정에서 난데 없이 "퇴장하라"는 목소리가 법정경위의 입에서 나왔다. 사유를 물으니, "(곧 진행되는 선고공판을) 판사님이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주법원과 법조계 등에 취재를 진행한 결과 해당 재판은 도내에서 유력 정치인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검사 출신 B변호사가 '피고인'으로 지정된 사기 사건이었다. 방청객 없이 검사와 판사만 있는 법정에서 B변호사는 지인에게 수억원을 빌렸다 갚지 않은 혐의(사기)가 인정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판사의 비공개 결정이 특혜를 넘어 '위헌' 논란까지 제기된다는 점이다.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는 법률이 존재하지만, '선고' 만큼은 비공개로 진행할 근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도 심리는 물론 선고까지 공개된 바 있다.

 헌법에 따르면 재판 중 선고가 아닌 심리의 경우에만 국한해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즉 '국가의 안전보장·안녕질서 방해·선량한 풍속 저해'의 사유로 심리 자체는 비공개할 수 있지만, '선고' 만큼은 비공개로 진행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나아가 법원조직법에서는 '(심리를) 비공개 결정 할 경우에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까지 정하고 있다.

 아울러 비공개 결정도 피고인을 위한 것이 아닌 '피해자'를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 형사소송법과 성폭력처벌법 등에서 비공개 심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모두 피해자의 사생활이나 신변보호를 위한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법무법인 해마루 소속 임재성 변호사는 "판결 선고를 비공개하는 것은 근거가 없어 법률 위반일 뿐만 아니라 공개재판원칙이라는 헌법을 위배한 헌법 위반"이라며 "(B변호사의)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국가안전보장, 선량한 풍속, 피해자의 사생활 등 어디에도 해당하는 사항이 없다. 즉 피고인이 가진 일말의 사회적 영향력을 판사가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법원 관계자는 "A변호사가 따로 비공개를 요청하지 않았다. 판사가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며 "A변호사는 제주사회에서 익히 알고 있는 변호사다. 다른 피고인들과 나란히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선고 상황 만이라도 덜 창피를 사게 하자는 약간의 측은함도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이켜 보니 비공개 결정이 적절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을 기소한 제주검찰은 B변호사에 대한 '징계 개시'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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