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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환의 한라시론] 제주 검은소 복원의 영웅들 이야기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12.09. 00:00:00
제주도에서 오랜 노력 끝에 복원돼 201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검은소(黑牛)를 주제로 한 김민수 작가의 원화 전시회와 '검은소 이야기' 그림책 출간회가 지난주 (사)문화예술공간 몬딱에서 개최됐다.

김민수 작가는 당초 사진작가로서 검은소 촬영을 위해 제주도를 몇 차례 방문한 것이 제주도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고, 자신은 검은소의 얼굴을 그리면서, 우직함, 도도함, 고집과 슬픔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그리다 보면 소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사람의 얼굴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동 출간회에서 문성호 교수는 멋진 그림으로 검은소를 부활시켜준 김민수 작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일제는 1924년부터 제주에서 흑우 암소 125마리와 흑우 수소 50마리를 가져가기 시작 했고, 1938년에는 '적갈색 소'만을 조선우로 인정하고, 일본소는 '흑색'을 기본으로 화우(和牛, 와규)로 규정하면서 조선에서 흑우를 기르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주도축산진흥원에서 검은소 복원을 주도해온 그가 일본 천연기념물이 된 와규를 보호·관리하는 미시마섬을 7년 전 방문했을 때, 와규는 거의 방치된 상태였고, 근친교배로 아기 소 생산이 비정상적인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미리 마련해간 초와 향을 피워놓고 와규 앞에서 큰절을 올리고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일본으로 옮겨 간지 100년이 되는 2024년쯤에는 한일 흑우간 교류가 이뤄져 건강한 검은소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했다고 부언했다.

그림책은 한 청년이 검은소를 1981년 납읍리에서 발견, 제주농업시험장을 통해 사들였다. 1986년 씨수소의 씨물을 받아 200여개의 시험관에 나눠 영하 196℃로 실험실 냉동고에 보관을 해오다 7년이 지난 1993년에 검은 어미 소 13마리를 찾아낸 후 정성을 다해 치료와 건강회복을 시킨 후 냉동고에 보존됐던 씨물로 아기 소를 생기게 하는 기적을 낳게 했다는 내용으로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엮어나갔다.

아울러 제주 검은소는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아주 귀하고 우수한 소로 인정을 받은 여러 기록이 전해오고 있는데, 해마다 왕실의 행사에 검은소가 꼭 쓰였고, 한 해의 풍년을 기리는 '친경'행사 때 임금이 직접 검은소의 쟁기를 끌 만큼 검은소를 귀하게 여겼다고 했다.

돌아보면 선조들이 나라를 지키지 못해, 민초들뿐만 아니라 가축까지 수난을 당한 것이다. 실재 행동과 그림책으로 보여준 검은소 복원과 부활은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내고, 제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제주 검은소의 원형 보존과 함께 일본의 와규와 같이 우수한 육질의 흑한우를 개발해 제주도의 특화된 관광상품으로 육성하고, 검은소 테마관 같은 것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김장환 전 광저우총영사.한국외교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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