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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일회성 아닌 나라를 바꿀 '촛불' 되려면
백낙청의 '…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12.03. 00:00:00
주인 노릇 하려면 어떻게
분단체제 속 변혁적 중도


그는 2016~2017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가장 크고 결정적이었던 '촛불'을 '대항쟁'이라고 불렀다. 근대국가에서 주권행사라는 것이 선거철 유권자의 역할에 국한되는데, 촛불대항쟁은 그런 반쪽짜리 주인 행세는 안 된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을 몇 달 앞에 둔 상황에서 출간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는 촛불혁명이라는 변화가 진행 중인 현실에서 당장의 선거보다 더 긴 앞날을 내다보면서 쓴 글들로 묶였다.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라는 개념을 주요 열쇠말로 삼아 분단체제, 한반도식 통일, 변혁적 중도주의, 촛불혁명을 주제로 다룬 근년의 글이 담겼다.

저자는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로 끝난 '촛불'이 일회성 항쟁이 아니고 세상과 나라를 바꾸는 '촛불혁명'이 되려면 시민들이 어떻게 주인 노릇을 하느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2013년체제론 이후'라는 글엔 촛불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가에 대한 성찰과 전망이 들었다. "세월호 사건의 최대 교훈은 제때에 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나라가 어떤 혼란과 난경에 빠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그는 대한민국이 분단체제라는 중간항의 매개를 거쳐서야 근대세계의 '국가간체제'에 참여하는 변칙적인 단위, 즉 '결손국가'임을 짚었다.

이 과정에서 '변혁적 중도주의'를 제시했다. 일견 모순된 결합으로 읽히지만 남북한 각기의 내부 문제가 분단체제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효한 실천노선이라고 했다. 남북의 단계적 재통합을 통해 분단체제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작업이 핵심적이기에 '변혁'을 표방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남한 단위의 섣부른 변혁이나 전 지구적 차원의 막연한 변혁을 주장하는 단순 논리를 벗어날 때 광범위한 중도세력을 확보하는 '중도주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비. 2만2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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