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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 시집 '수선화 밭에서'를 펴낸 제주 김경훈 시인. 꽃과 나무들이 전하는 위로 저절로 향기가 되는 사람들 지천에 흐드러진 그대 사랑 1993년 첫 시집 '운동부족' 자서에서 "나의 시들을 고통받는 사람들과 고통을 근절시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했을 때, 시인의 사랑은 이미 시작됐다. 시인은 오래도록 이 사회가 차별하고 배제해온 대상에 사랑을 쏟았다. 제주4·3에서 강정마을까지 최전선에서 싸웠거나 싸우는 이들에 그의 시가 머물렀다. 그의 서정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것들과 빛깔이 다를 뿐이다. ![]() 시인이 이번 시편에 올린 꽃과 나무들엔 저마다 사연이 있다. "고고히 선연"한 '백동백', "강인한 숙련"의 '복수초', "압도적 자존"의 '해바라기' 등 시인은 '꽃의 위로'를 나눈다. 그것은 삶의 태도에 닿는다. "시류에 때 묻자/ 눈 감고 등 돌려/ 그이에게 가는 길 온통 막히고" "내통이 좌절된/ 회천동 이덕구 가족묘"를 그린 '맹지'를 통해 "역사의 맹지"를 환기시킨 시인은 꽃처럼, 나무처럼 살려고 했던 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낸다. 그들은 가고 없지만 시인이 사는 곳엔 "저절로 드러나는 꽃자태// 가슴 가득 진정이 터져/ 곱고 노란 향기가 되는"('민들레거나 생강나무꽃 같은') 사람들이 있다. 현택훈 시인의 발문으로 시인의 근황을 접했다. 귤밭에서 닭을 기르고 과수원을 관리한다는 시인은 거처하는 컨테이너를 '창고재(創古齋)'로 부르며 주변에 수선화를 심었다. "꽃내음에/ 취해// 죽어도 좋으리/ 그대 사랑/ 지천으로 흐드러졌으니/ 나 여기에/ 묻혀/ 꽃이 되어도 좋으리"('수선화 밭에서' 전문)라는 시인의 사랑은 꽃으로 더 깊어지는 중이다. 도서출판 각. 1만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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