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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제주의 미래다] (1)물의 위기, 도민의 생각은?
“지하수연구센터 내실 필요… 체계적인 학술적 뒷받침을”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1. 11.02. 00:00:00

왼쪽부터 고기원 곶자왈연구소장,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원배 제주지하수연구센터장.

‘제주 물 도민 인식 조사’ 결과 90% 지하수 고갈 ‘심각’ 답변
수위 하강·수질 오염·해수 침투 ‘제주 지하수 3대 위기’ 지목
1인당 물 사용량·관정 관리 등 정확한 데이터 확보도 필수
“제주 환경·자연성 회복 대선 공약 반영과 중앙정부 지원을”


지난해 제주에서 처음으로 지하수를 전담 연구하는 지하수연구센터가 출범했지만, 제주도정이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만을 수행하는 일회성 조직에 머무르고 있어 보다 내실있는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라일보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은 공동 특별기획으로 '물은 제주의 미래다'라는 대주제 아래 첫 번째 소주제로 '물의 위기, 도민의 생각은?'을 다뤘다.

토론은 지난달 28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회로 고기원 곶자왈연구소장, 박원배 제주지하수연구센터장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에선 최근 제주와미래연구원이 발표한 '제주 물 도민 인식 조사' 결과 도민 10명 중 9명 꼴로 도내 지하수가 심각한 고갈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 또 제주도의 물 정책에 대해 대부분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점 등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김태윤(사회자)=도민 90%가 물 고갈 위기를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이유는?

▶고기원(고)=여론조사 결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삶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체감적인 부분, 두 번째는 언론을 통해 수질오염과 용천수 고갈, 지하수 하강 등이 보도되기 때문이다.

▶박원배(박)=서부지역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해수침투가 발생해 농가에서 피해를 받는 부분도 있고, 강정정수장 유충 문제, 축산분뇨 무단배출, 애월정수장 재인증 허가 취소에 따른 고도 처리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 점 등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사회자=지하수 고갈 관련, 수돗물이 50% 이상 누수되고 있는 건지?

▶박=상수도만 보면 현재 일일 47만t 정도가 공급되고 있는데, 검침 시 27만t 가량 공급되고 있어 50% 정도가 누수되고 있다. 특히 농업용수는 50~60%가 누수되고 있고, 공공용수인 경우가 더 심하다. 적어도 일일 40만t 가까이 누수되고 있다.

▶고=누수율이 높다는 것은 새로운 수원을 개발하기 위해 지하수를 더 뚫어야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고, 이에 들이는 비용 때문에 상수도 시설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사업비가 부족해지는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 누수의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자=제주 물의 위기, 특히 지하수의 3대 위기라는 말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지.

▶박=수위 하강, 수질 오염, 해수 침투다. 지하수 하강은 곧 부존량(수자원 부존량: 지역내 존재하는 모든 물의 양)과 연결되고, 부존량 감소는 지하수의 지속가능한 이용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수질 오염의 측면은 축산분뇨의 무단 배출과 연관되고, 농업에서의 화학비료 사용량 증가와 생활하수 문제와 관련이 있다. 특히 한림·한경·대정 등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질산성질소 농도가 먹는 물 기준치를 넘기는 경우도 있어 우려스럽다. 해수침투의 경우, 강수량이 낮고 지하수 함양률이 낮다. 이에 많은 양의 농업용수를 사용하다 보니 해수 침투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자=수위 하강 문제를 설명한다면.

▶고=지하수 3대 위기 중에서도 수위 하강은 곧 지하수량 감소다. 다만 현재 지속가능한 이용량은 6억5200만t인 반면, 현재 사용 중인 지하수 2억4000만t 수준으로 지속가능이용량의 37%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하수위가 하강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함양량 계산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다). 또 이용량인 2억4000만t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수치인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사회자=수질 오염 문제 관련해서는.

▶고=지하수 관리의 키워드는 수량 관리와 수질 관리다. 그것을 위해 법과 제도,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제주 지하수 관련 이슈 중 가장 심각한 게 수질 오염 문제다. 화학 비료, 축산 폐수, 생활하수로부터 비롯되는 질산성 질소라고 하는 오염 물질이 서부 지역을 포함해서 대체로 해발 200m 이하 지역에는 인위적인 오염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으로 이미 판명이 났다. 청정했던 지하수가 이렇게 오염이 됐다고 하는 것에 대해 도민들이 허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사회자=관정 관리 상의 문제 때문에 오염되는 경우는 없는지.

▶박=지하수 관정에 대한 부분도 짚고 나가야 한다. 사후 관리를 하고는 있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확보된 데이터를 갖고 지하수를 관리할 자료로 활용하는 일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후 관정을 통하거나 관정 자체에 녹이 피는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자=제주도민들의 물 사용 실태는?

▶박=과거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타시도에 비해 25ℓ가량 많다. 한 사람 당 320ℓ, 누수율까지 포함하면 640ℓ 이상이 되는 통계가 나온다.

▶고=상수도 통계 상 320ℓ, 즉 하루에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320ℓ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사실 이 통계는 맞지 않다고 본다. 상수도 급수가 이뤄지는 지역이 제주도 전역이라고 할지라도 관광 호텔, 골프장, 숙박업소 등 사설 관정에 의존해서 물을 쓰는 양(물 사용량 계산에서 제외되는 곳)이 많다. 정확한 1인당 물 사용량을 논하자면 제주도에서 전체적으로 쓰는 지하수량에 대한 데이터가 잘 구비돼야 한다. 상수도는 상수도 급수가 이뤄지는 범위 내에서의 통계다. 상하수도본부가 통계를 낼 때 현재 제외된 부분의 물 사용량을 어떻게 포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됐으면 한다.



▶사회자=도민들이 바라보는 제주도의 물 정책 신뢰도와 관련해서는.

▶고=제주도가 지하수 관리를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 작년에 지하수연구센터가 개소된 이후 가야 할 방향을 지금도 못 잡는 게 아닌가, 즉 제주도 지하수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를 위한 학술적인 뒷받침이 우선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제주도가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센터의 기능 설정이 너무 단편적이다. 그리고 이 일회성적인 연구를 연구원들이나 연구센터로 요구한다는 것이 근시안적이다. 연구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제주 지하수 관련 학술적인 연구와 더불어 기술을 개발하는 산실이 되도록 제주도가 센터의 기능을 재조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씀드린다.



▶사회자=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고 보다 실질적인 지하수 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지.

▶고=제주지역에서 지하수가 갖는 가치와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대선 후보들이 제주도의 특별자치도로서의 위상을 인정한다면, 제주의 지하수를 포함한 자연 환경의 체계적 보존 관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줄 것인지 고민해주셨으면 한다. 지하수 문제가 그간 중앙정부의 지원으로부터 상당히 제외됐던 부분이 많다. 지하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의 환경, 자연 환경에 어떻게 보면 건강성을 회복하고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대선 공약에 좀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

▶박=현재 상수도 유수율을 높이는 데 정부가 각별하게 투자해야 한다. 현재 50:50 가량 정부가 지원하는 걸로 아는데, 제주의 환경 여건 변화를 고려해 최소한 정부가 70% 이상을 지원해서 제주의 지하수 개발을 억제하고 상수도 누수 문제를 해결한다면 더이상 지하수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제주도에서 먹는 물 문제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대선 공약에도 반영됐으면 한다.



▶사회자=도민들께 한 마디.

▶고=지하수 관리는 도청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사용 주체, 오염물질을 다루는 주체도 도민이다. 지하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선 민·관·학이 연계된 파트너십 구축이 매우 필요하다. 정리=강다혜기자

<한라일보·제주와미래연구원·KCTV제주·TBN제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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