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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유채꽃프라자~잣성길~남영마로길~모지오름~마로길~따라비오름~쫄븐갑마장길(가시천변)
황금빛 초지 건너 오름 너머에는 가을이 한가득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1. 11.02. 00:00:00

남영마로길에서 바라본 풍경. 억새가 만개한 초지에 황금물결이 일렁이며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뽐내고 있다. 이상국기자

널다란 초지 걸으며 상쾌한 탐방
만개한 억새와 함께 깊어가는 계절
따라비오름서 만난 풍광 압도적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제한됐던 많은 것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갈 예정이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시대, 그래서 더 조심하고 방역 수칙은 더 잘 지켜야 한다. 일상의 소중함을 이토록 많이 그리워했던 적이 있었을까. 깊어가는 가을을 붙잡기 위해 자연으로 나가 그리웠던 일상을 마중한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1년 제9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유채꽃프라자에서 시작해 잣성길, 남영마로길을 거쳐 모지오름, 마로길을 따라 따라비오름에 오른 뒤 가시천변으로 이어진 쫄븐갑마장길 코스에서 진행됐다. 이번 투어 역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출발지인 유채꽃프라자 주변으로는 억새가 흐드러지게 만개해 있었다. 높은 키로 자란 거대한 억새 군락이 바람을 따라 몸을 흔들며 에코투어 일행을 반긴다. 길잡이 박태석 씨는 코스 안내와 함께 안전수칙에 대해서도 꼼꼼히 설명했다.

억새를 뒤로하고 잣성길로 향한다. 바람이 쉴 새 없이 강하게 불어와 정신이 번쩍 든다. 비행기 소리에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풍력발전기들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 소리가 마치 비행기 엔진 소리 같았다.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부는 걸 보니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했다.

잣성길 초입부터 한 무리의 소떼가 에코투어 일행을 맞이한다. 큰 눈망울을 끔뻑이며 천천히 일행 쪽으로 다가오다 이내 경계하듯 멈춰 선다. 잣성길의 '잣성'은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국영목장인 10소장의 경계를 표시한 돌담이라고 한다. 잣성은 상잣성, 중잣성, 하잣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큰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 사이의 잣성은 중잣성으로 제주의 목축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탐라순력도 중 하나인 '산장구마'에 가시리의 녹산장을 가장 주요한 제주마 목장으로 그려 놓았을 만큼 가시리의 목마장은 역사적 가치가 높다. 특히 큰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 사이의 잣성길은 너른 마을 목장을 보면서 한적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잘 정비돼 있다.

말오줌때나무 열매

당잔대

남영마로길 역시 광활하게 펼쳐진 초지대였다. 쾌청한 하늘 아래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초지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듯 상쾌함을 선사한다. 시야에 막힘이 없어 좋았고 걷기에도 편안해 탐방이 수월했다.

모지오름에 오르자 또 다른 장관을 마주했다. 가까이에 백약이오름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성산일출봉과 저 멀리 우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오름을 오르는 동안 흘린 땀을 불어오는 바람에 식히며 오름과 바다를 바라봤다. 푸른 하늘과 짙푸른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이 정말 아름다웠다.

트랙터들이 분주히 작업을 하고 있던 마로길을 따라 따라비오름에 오른다. 표고 342m의 따라비오름은 3개의 굼부리가 있으며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능선을 이루며 연결돼 있어 보는 재미와 함께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탐방의 재미도 있다. 만개한 억새 덕분에 널리 입소문이라도 난듯이 많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상부에 오르자 강한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기도 했지만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 풍광이 압도한다. 모지오름보다 높이가 더 높아서인지 앞서 보이지 않던 남쪽 바다와 오름들까지 볼 수 있었다. 이번 탐방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따라비오름이 아닐까.

하늘타리 열매

가시천변을 따라 조성된 쫄븐갑마장길에 들어섰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지만 바닥이 잘 정비돼 있어 탐방이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 물이 말라 있었지만 물이 고인 작은 연못도 보였는데 과거 우마의 급수용으로 사용했던 '곤저리왓 물통'이라고 한다. 나무에 둘러싸인 우물의 모습이 비밀의 샘처럼 신비롭게 보이기도 했다.

녹산로 안쪽으로 이어진 쫄븐갑마장길을 따라 출발지로 되돌아오며 총 12.8㎞의 탐방을 마무리했다. 코스 전반적으로 지형이 평탄하고 잘 정비돼 있어 탐방하기 좋았다. 넓은 초지의 매력과 오름의 매력을 동시에 찾는다면 이번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김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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