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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2021 제주국제관악제 여름 시즌 결산
코로나 속 현장 공연 젊은 연주자들 위로의 선율
올해 처음 시즌제 도입 8일 동안 제주아트센터 등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8.16. 15:09:49

2021 제주국제관악제 여름 시즌의 끝을 알리는 광복절 경축음악회가 지난 15일 저녁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려 박종성이 하모니카 협연으로 열정의 무대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 제공

팬데믹 영향 4팀 끝내 불참 속 영상 활용 랜선 공연 진일보
제주관악 여명기 조명 '고봉식·길버트' 문예회관 전시 주목
객석 무료 개방했으나 관객 답보… 소주제 채택 등 변화 필요
4개 부문 국제관악콩쿠르는 1~2차 심사로 9명과 3팀 결선행
12월 3~7일 겨울 시즌엔 첫 관악작곡콩쿠르 등 개최 예정



팬데믹 상황 아래 긴장감 속에 치러진 음악축제였다. 입도 전 연주자들의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토록 했고, 공연장에선 출연자와 관람객을 대상으로 QR코드 인증과 발열 체크에 더해 손목에 체온스티커까지 붙였다. 마지막 날엔 사흘 뒤부터 시행될 제주도의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8일 개막해 15일 경축음악회로 막을 내린 2021 제주국제관악제 여름 시즌이다.

여름 시즌의 끝을 수놓은 경축음악회는 "클래식부터 팝, 재즈, 제주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가 연주되는 곳이 제주국제관악제의 매력"(김준곤 음악평론가)임을 또 한 번 드러냈다. 박종성의 하모니카 협연 '톨레도-스페인 환상곡', 테너 박승주의 아리아 '그대는 나의 모든 것', 브랜든 최의 색소폰 협연 '색스팩', 부부 가수 정미애·조성환의 '그대 그리고 나' 등 위로의 선율이 공연장을 채웠다. 피날레는 제주도립 제주교향악단과 서귀포관악단, 제주윈드오케스트라, 해군제7기동전단군악대, 해병제9여단군악대로 구성된 김홍식 지휘의 연합관악단 연주에 맞춰 제주·서귀포합창단원 85명이 마스크를 쓰고 부른 '한국환상곡'이 장식했다.

이번 제주국제관악제는 여름, 겨울 시즌제를 도입한 첫 행사였다. 코로나 영향에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3개 공공 공연장의 문을 열었다. 개막 공연과 광복절 경축음악회 무대인 제주아트센터, 전문앙상블 연주와 관악 독주 등이 잇따른 문예회관과 서귀포예술의전당은 공연장별 객석의 50%~30%를 개방해 현장 관람 갈증을 달래줬다. 문예회관 전시실에선 '제주관악의 여명을 밝히다-고봉식·길버트'전이 마련돼 제주관악의 초창기를 조명하며 제주국제관악제의 뿌리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코로나의 영향을 벗어나진 못했다. '국내' 관악제로 이끌어야 하는 현실 속에 전문관악단 1팀, 대학 1팀, 동호인관악단 2팀 등 다른 지역 4팀은 개막 직전 참가를 포기했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출연진의 코로나 검사 여파로 14일 문예회관 대극장 청소년관악단의 날이 축소 운영됐고 같은 날 저녁 문예회관 공연은 선제적 차원에서 취소됐다.

경축음악회에서 브랜든 최가 제주연합관악단과 호흡을 맞춰 색소폰 협연을 하고 있다.사진=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 제공

15일 경축음악회는 광복절을 기념해 제주도립 제주·서귀포합창단원 85명이 함께한 안익태의 '한국환상곡' 연주로 마무리됐다. 사진=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 제공

작년 관악제에서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올해는 동영상 채널 활용이 진일보했다. 영국 토리밴드 등 내년 8월 제주행을 고대하는 해외 관악단의 영상이 랜선으로 전해졌고 공연 실황도 한층 입체적으로 구성돼 "안방에서 관람하는 게 낫다"는 온라인 댓글도 달렸다.

반면 무료 공연인데도 연주장 입장객 수는 정체된 모습이었다. 내빈들이 참석한 제주아트센터의 두 차례 음악회는 객석이 찼지만 다른 두 공연장은 좌석 띄어앉기에도 빈자리가 많았다. 26회째를 맞는 국내 대표적 음악축제임에도 관객 개발은 여전한 과제다. 해외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 출신 젊은 관악 주자들의 무대가 이어졌지만 마케팅은 소극적이었다. 프로그램북이나 관악제 공식 홈페이지 어디에도 관람객 눈높이에 맞춘 우리말 곡목이나 작품 설명은 없었다. 현장 사회자의 역량에 맡길 게 아니라 관악의 장점을 느끼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주최 측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해외 예술감독의 경우엔 제주국제관악콩쿠르 비대면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을 뿐 물리적 이동이 어려운 탓에 여름 시즌 관악제엔 함께할 수 없었다. 예술감독의 역할 재고와 더불어 '섬, 그 바람의 울림'이란 대주제를 유지하되 매년 연주자 선정 배경, 개·폐막 공연 프로그램 등 관악제의 방향을 나타내는 소주제 채택도 고민할 대목인 것 같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운영한 우리동네 관악제는 성격이 불분명했다. 공연장을 벗어난 곳에서 뜻밖의 연주를 전하려는 취지인지, 문화 소외 계층을 찾아가는 것인지, 관광객을 위한 것인지 등 여러 물음을 던졌다.

올해는 관악제를 이끄는 조직 중 하나인 집행위원장의 세대 교체 후 첫 축제이기도 했다. 향후 관악제에 어떤 긍정적 변화가 생길지 지켜볼 일이다.

2021 제주국제관악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금빛 바람을 몰고 12월 3~7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겨울 시즌을 가동한다. 관악제 기간인 지난 9~13일 1990년 이후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 제16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 1~2차 영상 심사에서 추려진 4개 부문 결선 진출자들이 겨울 시즌에서 최종 경연을 벌여 입상자 음악회 무대를 갖는다. 결선 진출자는 트럼펫, 호른, 테너트롬본, 금관5중주 등 부문별 3명(팀)씩으로 한국 6명, 일본 1명, 네덜란드 1명, 폴란드 1명, 독일 2팀(10명), 덴마크 1팀(5명)이 선정됐다.

겨울 시즌에는 특히 제주관악작곡콩쿠르가 사상 처음 개최된다. 전 세계 40세 미만 젊은 작곡가들이 참여해 제주민요를 바탕에 둔 관악합주곡을 창작하는 자리로 '서우제 소리', '봉지가', '계화타령'이 주제로 제시됐다. U-13밴드 콘테스트도 겨울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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