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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뉴울꽃 제주오름](8) 제주오름의 훼손 유형
인간의 편의를 위해 파헤쳐지는 제주의 오름들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21. 04.01. 10:20:43

침식작용과 농사 등으로 인한 지형과 녹지의 변형.

자연은 인간의 땅에 들어오는 순간 죽음이 시작된다. 모든 생명체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움직이며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운명을 지닌 제주오름의 생존전략은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는 것 뿐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 제주도룡뇽이 살아가는 하천, 푸른 풀들이 가득한 초원, 청정한 바다, 만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땅, 그 땅을 일구는 제주사람, 이 모든 것을 '자연'이라 부른다. 제주자연은 태초 제주신화부터 인간을 포함하는 모든 존재의 근원적 모태였다. 경이롭고 오묘하며 신비롭고 위대하였다. 아름다운 그 안에서 순수를 찾던 제주사람에게 큰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잠깐이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이었던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자연의 품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가만히 있는 자연을 종속의 대상으로 만들고 대립적인 존재로 만들어 왔다. 자연은 거대한 자본의 힘과 행정의 무관심속에 속수무책으로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그 파괴의 이익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다.

 제주 오름은 자연과 사람을 잇는 공간

 제주에서 공간을 서로 이어 주는 것이 오름이고 자연과 사람을 잇는 것 또한 오름이다. 인간의 편의와 안락을 실현하기 위해 자연을 파헤치는 인간의 욕망 앞에서 느끼는 좌절은 오름을 짓밟아 붉은 송이가 드러나 울부짓는 오름의 심정과 같다. 자본의 거대함 속에 담겨 있는 비뚤어진 욕망으로 '자연은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인간이 있기에 자연을 파괴하고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자연훼손은 자연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능력이 인위적인 행위와 시설물의 설치로 인하여 감소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야생동식물의 남획 및 그 서식지의 파괴, 생태계 질서의 교란, 자연경관의 훼손과 사유화, 표토의 유실 등으로 인하여 자연환경의 본래적 기능에 손상을 주는 상태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오름이 훼손되는 유형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 지형 및 녹지 변형

 제주에서 오름은 주로 소나 말의 방목지로 활용해 왔다. 이러한 오름은 화산활동의 직간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여러 가지 다른 기후조건 하에서 자연스럽게 풍화와 침식작용을 받고 있다. 오래전부터 산터(묘)의 일부로 사용되었으며 주변의 밭농사와 영세적 목축지역으로 이용 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오름사면이 절개되어 농지로 개간이 되어 왔다. 이러한 오름사면의 절개는 적은 비에도 토사유실과 빗물이 침투하여 흙이 무거워지고 경계층의 마찰력이 저하되어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며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은 오름의 사면을 계속 침식시켜 오름의 원형을 훼손하고 있으며 생태적 기능 상실로 그 자리에 있었던 식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오름의 굴곡이 많을수록 주변 생태계와의 상호작용이 많은데 사면절개로 변형되면서 오름자락이 직선형이 되어 그 만큼 다양한 서식지가 형성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경사지의 직선화와 평면화는 본래의 모습과 비교하면 자연훼손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이런 무분별한 개간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필요시 반드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철탑과 안테나 등으로 훼손되는 제주오름.

 ▶ 제주오름은 언제 철탑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제주지역 368개의 오름 가운데 통신시설 등 구조물이 설치된 오름은 모두 30여 개가 넘는다. 큰개오리, 금오름, 솔오름, 삼형제오름, 삼매봉 정상에 세워진 대형 안테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곳곳에 이동통신 안테나도 많이 보인다. 지역을 관할하는 방송용 안테나는 차치하더라도 이동통신용 안테나의 설치는 경관훼손이다. 이런 구조물은 자연요소의 상실은 물론 자연과의 부조화와 경관 고유의 아름다움이 떨어진다. 안테나를 유지보수하기 위하여 장비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을 오름에 만드는 행위는 토양과 지표층 상실, 투수층 훼손을 넘어 침식과 자연훼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고정적 훼손 유형은 산발적으로 여러 곳에 시설을 설치함으로서 오름지역의 생태계 및 경관을 훼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의 가치가 일반 사업자의 가치를 뛰어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사업자의 편리를 위해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주는 행정의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제주오름을 훼손하는 소규모 주택단지의 개발.

 ▶ 소규모 주택단지 개발

 주거형태와 좋은 환경에 살아가려는 주거의 변화로 오름주변에 아파트, 빌라,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각종 개발사업을 보면 역시 자연환경에 대한 경시현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좋은 환경에 살고자 하면서 그 자신이 환경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환경영향법 제1조(목적)에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또는 사업을 수립ㆍ시행할 때에 해당 계획과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ㆍ평가하고 환경보전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하여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건강하고 쾌적한 국민생활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되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규모 개발사업에 관한 내용이다.

 환경·교통·재해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에서 환경영향평가의 정의는 "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자연환경, 생활환경 및 사회·경제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예측·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상 사업의 시행에 의한 영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저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의 주된 기능이지만 이 또한 소규모 개발사업에는 거의 해당되지 않는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라는 제도가 있다. 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이나 난개발이 우려되어 계획적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시행할 때에 입지의 타당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 · 예측 · 평가하여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말하는데 일반 도민의 생각을 충족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제주사람 문화 추억도 사라지게 만드는 개발행위

 이러한 이유로 제주오름에서의 무분별한 개발행위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생태계 영향과 관련되어 야생동식물 서식지 파괴, 생태계 단절 및 교란, 녹지 고립, 경관의 변화, 수질영향 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오름에 기대어 살던 제주사람의 문화와 추억까지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개발과 이용에 의한 생태계의 영향과 변화는 짧은 시간에 파악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과 결과를 볼 때 자연훼손은 장단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개발과 이용 행위라도 자연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그 허용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너무 많은 골프장 개발.

 ▶골프장 개발

 환경정책은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는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 · 운영하여 환경오염과 훼손을 최소화하고, 인간과 자연환경과의 상호보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개발에 의해 발생된 환경파괴와 오염은 복구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자연환경보전을 이룰 수 있는 환경정책을 수립하고 적합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골프장 건설은 자연생태계를 끊고 새로운 인간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며 제주의 환경보전정책과 역행하는 것이다. 골프장의 환경 문제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자연생태계의 단절로 인한 물리적인 피해, 제주지하수 함양 문제 및 오염 유발로 인한 화학적 피해, 생물의 종 다양성 보존에 영향을 주는 생물적 피해 등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인터넷에서 항공지도를 보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골프장이 빙 둘러서 있다. 마치 한라산을 지키는 호위무사를 연상시키지만 제주자연을 전혀 고려하진 않고 제주 중산간을 독점하려는 그들만의 카르텔이다. 지하수 함양지대인 중산간에 주로 들어선 골프장에서 지하수오염 우려는 여전히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름 훼손을 부추기는 제주의 다양한 길.

 ▶제주에 길이 있다

 느리게 걸으며 지친 마음을 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재충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여러 가지다. 제주에는 2007년 올레길을 시작으로 많은 길이 만들어 졌다. 자연스런 길이라기보다는 인위적 요소가 강하며 한결 같이 어떤 목적을 가진 길이다. 한라산 주위를 도는 둘레길과 사려니숲길, 삼다수 숲길, 지질 트레일, 종교적 순례길, 유배길, 산책길, 숨비소리길, 답사길, 마을이나 단체에서 만드는 것을 포함하여 수많은 길이 만들어 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제주에 64개의 걷기 여행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길까지 제주도내 걷는 길은 100개 코스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위적인 시설로 인한 환경오염과 경관의 독점, 새로운 길 개설로 상처 입는 제주속살의 아픔은 제주에 만들어진 길 위에 깊게 드리워진 우울한 현실이다. 특히 이러한 우울한 현실은 올레길이 선풍적 관광 상품이 되면서 이를 통해 뭔가 해보려는 행정의 전시적 실적주의와 맞물려 일부 올레꾼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 결여와 제주사람과 문화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람은 아름다움을 식별하여 가늠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진 동물이다. 하지만 파괴와 오염을 보고 눈을 찡그릴 수 있는 능려을 가진 것 또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안목도 아름다움이 남아 있어야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연에 만들어진 인위적인 길에 생각없이 시설물이 설치되고 감추고 보존해야 할 제주자연이 파헤쳐지고 상처를 입고 있다. 특히 제주올레에 포함되는 제주오름이 31개나 된다. 이곳에 오름의 중요성과 보존을 해야 한다는 절실한 안내 문구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훼손과 답압의 문제로 2015년 제주올레 10코스에 대해서만 휴식년제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한 훼손은 여전히 생생하게 진행중이다.

 제주길에 탐방객과 주민간 갈등을 비롯해 농산물 채취, 쓰레기 투기, 주차난, 노점상 문제 등이 수면으로 떠올랐고 심지어 지역이기주의까지 생기고 있다. 탐방객이 집중된 올레길과 오름의 경우 카페와 숙박시설 등 각종 개발이 이뤄지면서 자연훼손이 심각해 본래의 정취를 잃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에 걷는 길이 제대로 조성됐는지 평가하거나 환경보전을 위한 어떠한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제주올레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걷는 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이제는 제주자연에 필요 없는 길을 없애는 운동까지 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이찬님의 시 '길의 세탁소' 일부를 보자. " 길을 만나고 돌아온 날은 세탁소에 들러야 한다. 지나온 길들을 빨아야만 길 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

 길은 삶의 시작과 끝이고 그 사이의 과정이다. 그 안에 길을 만든 주체나 행정, 탐방객의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모든 생명이 그 길에 자신의 꽃을 하나씩 풀어 놓기도 하고 거두어들이기도 한다. 이런 숭고한 삶의 과정이 제주의 길에서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제주오름 훼손을 가속화시키는 표지석과 전망대.

 ▶ 정상 표지석과 전망대

 자연의 생태적 균형 또는 경관에 크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자연 상태의 토양과 식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 불투수층의 증가와 경관의 변화 또한 향후 지속성에 위해를 주는 요인이다. 이러한 의미로 볼 때 오름에 정상 표지석을 세우거나 전망대를 설치하는 것은 자연의 변화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므로 자연훼손에 포함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한라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정상표지석 앞에 수많은 탐방객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새별오름 정상에도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 이는 그 주변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의 답압에 의하여 점점 훼손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밟는 답압의 영향과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며 이미 현실적으로 많은 곳이 훼손되고 있다. 탐방객이 집중되는 곳은 모두 이렇다. 정상 표지석을 모두 없애야 한다. 더 가관인 것은 휴식년제로 통제되고 있는 절울이(송악산) 정상에도 커다란 정상표지석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탐방객의 대부분은 정상에 가거나 인생샷 찍기에 목표를 두고 온다. 그들은 정상에 올라 그곳에 세워진 정상표지석을 봄으로써 자기네들이 확실히 그 오름에 올랐음을 확인하고 만족하며 사진을 찍는다. 제주자연을 자신의 이익으로 가져가려는 탐방객에게 이러한 표지석은 한번 다녀갔다는 행위일 뿐이며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만 끼친다.

 한 오름 정상에 전망대나 정자를 설치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주변을 보면 쓰레기가 있고 흙이 파이고 있다. 올레2코스에 위치한 바우오름(식산봉)을 예로 보자. 그 조그만 오름에 정상에 커다란 전망대를 설치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바라보는 방향의 소나무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베어졌다. 이렇듯 인간위주의 편의시설을 자연에 설치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제주의 지질특성은 사람이 오래 머무를수록 파괴가 가속화 된다는데 있다. 제주환경을 아는 사람이나 행정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시설이 늘어나는 것은 관광객 중심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이러한 문제에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제주오름에서 사람이 머무는 공간과 시간을 줄여야 오름이 살아남는다. 이런 정상표지석과 전망대, 정자 같은 시설물은 없애야 한다. 꼭 필요하다면 입구에 조그맣게 만들어 쉼터와 정보를 제공해 주면 된다.

 ▶ 행정이 앞장서서 훼손하는가

 환경훼손이란 인간과 환경이 상호작용을 통해 바람직한 환경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위협받는 거시적 상황을 의미하며 자연훼손이란 '자연환경의 고유한 성질이나 능력을 감소시키거나 상실케 하는 인위적인 행위로서 특히 개발에 의하여 설치되는 시설과 자연환경의 변형행위로 나타난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주도는 오름보존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을 펴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1970년대 말에 만들어진 삼무공원이 있다. 제주시에 신시가지를 조성하며 만들어진 이 공원은 원래 있었던 '베두리 오름'을 개발하여 삼무공원이라고 하였다. 오름 남쪽에 바위가 별무리처럼 많다고 하여 '베두리'라 하였는데 말굽형 굼부리가 형성되어 있지만 형태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지금 이곳이 제주오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이렇듯 제주의 작은 오름은 공원과 농작지 개간, 도로개설, 재선충 작업, 주변개발 등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1982년 학교법인이 설립인가를 받으면서 거의 사라져 버린 오름이 있다. 봉아름이다. 지금의 대기고등학교다. 원래 움푹 파인 굼부리가 있었으며 그 안에서 논농사가 지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했다. 2013년 번영로 전구간이 완공되고 봉개동 지역 도로가 정비되면서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없어져 버렸다. 예전에 그 안에서 물을 길어 먹던 옛사람의 추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오름에 붙혀 만든 주차장은 오름훼손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용눈이, 큰바리메, 다랑쉬, 노꼬메, 새별오름, 백약이, 아부오름, 군산, 수월봉, 저지오름, 느지리, 금오름, 괭이오름, 민오름, 사라봉, 별도봉, 따라비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주차장은 접근성을 편리하게 하여 많은 탐방객의 방문으로 훼손과 파괴가 되는 경우다. 오름보존의 원칙은 접근성을 어렵게 하고 올바른 탐방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정은 이러한 훼손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산림복지시설이 있다. 절물, 서귀포, 교래, 붉은오름 등 4개의 자연휴양림이 있고, 치유의 숲, 한라생태숲이 있다. 형평성에 맞춰 이러한 시설이 없는 서부지역 노꼬메오름 일대에 산림복지시설을 만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내용을 보면 모노레일과 숙박시설, 치유의 숲 등 다양한 산림복지 시설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며 산림복지서비스 모두를 한 곳에서 제공하고자 추진되는 것이라고 한다. 형평성이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니다. 있는 시설을 자연에 맞춰 없애는 것도 해당된다. 휴양림은 제주에 현재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환경훼손의 위험을 무릅쓰고 무엇인가 제공하겠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자연을 그대로 두어 보존하며 얻어지는 가치가 개발로 얻어지는 경제적 이득보다 크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제주자연을 산림복지로 포장하여 개발하는 행위는 위선행위다.

 위에 열거한 것 말고도 행정에서 오름을 훼손하는 경우는 많다. 앞으로 관광객의 수입보다 환경을 복구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철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탐방객 증가

 용눈이를 비롯해 제주도내에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는 오름이 있다. 대부분은 과도한 탐방객으로 훼손된 경우이다. 이는 오름보존을 제대로 하지 못한 행정의 책임이 가장 크다. 다음으로 자연에 경외심을 가지고 오지 않은 탐방객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는 오름과 탐방객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용눈이, 새별오름, 금오름처럼 아름다운 제주자연이 파괴되고 탐방금지로 탐방객은 자연에서 위안을 얻지 못한다. 복원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그만큼 오름은 직접적인 고통을 겪는다. 탐방객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재선충 작업과 무분별한 탐방로 개설은 제주오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별도의 장을 만들어 논하도록 하겠다.

 탐방객이 있는 한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완벽히 막는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자연훼손 저감을 위한 방안은 많다. 쉽지 않겠지만 오름주변을 완충지역으로 보호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인간중심에서 생태중심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하며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인식변화를 우선해야 한다. 절대상대보호지역을 일반 자연환경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오름을 계획적으로 보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인식전환이며 자연과 환경 그리고 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자연에 대한 진정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이제 제주자연은 자연스럽지 않은 '부자연'의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갈가리 찢어지고 피폐한 형체가 있으며 상처입고 뒤틀린 새로운 모습이 제주오름에 나타나고 있다. 자연 본연의 모습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서 제주자연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은 때로는 자연과의 공존을 약속하기도 했고 되돌리기 힘든 파괴로 자연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자,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레 스며있는 자연은 우리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정책을 주도적으로 펴야 할 제주도가 제대로 된 인식을 통해 권력과 개발의 이익으로부터 자연의 순수함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자연은 아름다움을 초월하는 존재다. 자신이 살아야 할 곳에 사는 것이 가장 예쁜 존재다. 하지만 제주오름이 인간의 땅에 들어오면서 죽음이 시작되었고 슬프게도 오름이 오름을 위로하며 살아가고 있다.

 설문대할망은 그가 창조한 한라산과 오름이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홍구/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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