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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거식증 고통 안다면 과연 동경할 수 있을까
김안젤라의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2.19. 00:00:00
하이힐 대신 스니커즈를 신고, 운동으로 건강한 일상을 만들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지만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마른 상태('뼈마름')를 원하는 이들은 여전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거식증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총 8417명이었다. 2015년에 비해 2019년에는 그 수가 16%나 증가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3배 많고 특히 10대 청소년들에게 그 경향성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여년 전 그도 깡마른 몸매가 되고 싶었다. 살을 빼면 뺄수록 더 빼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음식을 계속 줄여나갔고 결국 '초절식' 수준까지 다다랐다. 초절식 식단은 하루 한끼만 먹거나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량을 500k㎈ 이하로 줄이는 극단적인 식이법이다. 억지로 마른 몸을 만들려니 부작용이 뒤따랐다.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깨닫고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7년 동안 폭식증을 앓았던 김안젤라의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는 그 과정을 솔직히 고백한 에세이다.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건강하게 제대로 살아야 한다고, 살이 찐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건넨다.

저자는 섭식장애를 포장하는 미디어 등 올바른 정보가 부족하고 타인의 시선이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미의 기준에 갇히는 현실을 짚었다. 거식증과 폭식증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살찌는 일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데는 개인적인 성향이나 심리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상담을 통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점검하는 등 자신과 마주하는 연습을 통해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그는 "경험자로서 감히 말하건대, 그 고통을 알게 되면 함부로 거식증을 동경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역시 또다시 넘어질지도 모르지만 힘주어 말한다.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창비. 1만4000원.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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