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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신축년 ‘소의 해’ 맞아 재조명 받는 ‘제주흑우’
코로나 위기 겪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다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1. 01.01. 00:00:00

제주흑우 최우수 씨숫소(좌)와 복제소인 ‘흑영돌이’. 사진=박세필 교수 제공

고려·조선시대 귀한 대접… 일제때는 수탈·말살정책 피해
1990년대부터 보존·증식 활발… 고유·우수성 입증 연구도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2020년이 지나가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다가왔다. 신축년은 소의 해를 뜻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소와 관련된 캐릭터와 상징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주에서는 우도와 쇠소깍, 서우봉 등 소와 관련된 지명과 함께 고유품종인 '흑우'가 있다. 특히 흑우는 과거 존폐기로의 위기를 딛고 다시 돌아왔다는 점에서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는 존재다.

▶나라가 인정한 흑우=제주 흑우는 고려, 조선시대 삼명일(임금생일·정월 초하루·동지)에 정규 진상품으로 지정됐고, 나라의 주요 제사 때도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주 각 고을을 순회한 장면을 기록한 채색 화첩인 '탐라순력도'에는 흑우 수백 마리가 그려져 제주의 '고유품종'임을 증명하고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일성록,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도 흑우가 자주 기록됐는데, 제향이나 권농의식인 친경의 공물로 바친 것이 대부분이다.

▶일본의 말살정책=일제 강점기는 제주 흑우에게도 고난의 시기였다. 당시 일본이 쌀과 콩 다음으로 많이 수탈한 것이 한우였기 때문이다.

조선총독부 자료 등에 따르면 제주 흑우는 1924년 170여두, 1925년 26두가 일본으로 넘어간 것으로 기록됐다. 공교롭게도 3년 뒤인 1928년 일본은 자국의 '미시마소(見島牛)'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는데, 미시마소는 훗날 일본 흑우인 '와규'로 발전한다. 이 때문에 제주 흑우가 일본으로 건너가 와규로 둔갑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현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1938년에는 일본이 소에 대한 '표준법'을 제정, 일본소는 '흑색', 한국소는 '적갈색(황색)'을 표준으로 한다는 '모색통일' 심사규정을 제정해 버렸다. 이는 황색 외의 조선소는 잡종으로 분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제주 흑우가 고유 지위를 상실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살아남은 흑우=제주 흑우에 대한 복원 움직임은 1990년대부터 이뤄졌다. 1993년부터 흑우의 영구적 보존 증식을 위해 제주축산진흥원과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체계적인 혈통관리 및 사양관리를 진행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2년 8월에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제주 흑우가 한우 품종 4종 중 1개 품종으로 등록된 데 이어 2013년에는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복원 초기 10여마리에 불과하던 흑우는 현재 1700여두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복원을 넘어=신축년을 기다린다는 듯 2020년 제주 흑우와 관련된 낭보가 잇따랐다. 제주대학교 제주흑우연구센터(센터장 박세필)에서 흑우의 고유성과 우수성 등을 학술적으로 입증 해낸 것이다.

흑우연구센터에 따르면 제주 흑우는 제주의 환경에 적합하게 적응돼 타 품종과 차별화된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 영양학적 특성 규명에서도 불포화지방산과 면역력 강화 관련 아미노산인 글루타민 함량이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으며, 특히 감칠맛과 풍미증진 관련 기능성물질인 올레인산 함량도 다른 품종보다 높았다.

아울러 지난해 9월 23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소도체 등급판정결과' 내 품종란에 제주 흑우를 '한우(제주흑우)'로 일반 한우와 구분해 표기하기로 결정, 그 지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박세필 센터장은 "제주 흑우가 제주에만 서식해온 차별된 특성을 지닌 품종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등 연구 성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향후 제주 흑우가 보존을 넘어 제주의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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