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피니언
[조상윤의 데스크] 천재 원희룡 vs 둔재 도지사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입력 : 2020. 10.30. 00:00:00
올해 국정감사가 끝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놓고도 여야는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여야의 목표는 재집권과 정권탈환이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사활을 건 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스무번째 대통령 선거(2022년 3월 9일)가 10월 30일 기준으로 496일 앞으로 다가왔다. 1년 4개월 이상 남았지만 벌써부터 예비주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특히 전현직 자치단체장들의 표밭갈이가 한창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은 여권내 대표적인 주자들이다. 야권에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가장 활발한 편이다. 전남지사와 총리를 지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남지사 출신의 홍준표 의원, 김태호 의원과 서울시장 경력의 오세훈 전 의원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원희룡 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군은 내륙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중앙정치권과 내왕이 용이하기 때문에 활동에 지장이 덜한 편이다. 원 지사는 더욱 분주해질 수 밖에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김포공항을 통한 뭍나들이가 잦다. 도정 챙겨야지, 지지도 끌어올려야지 안쓰러울 정도다.

현역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에선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대통령 경선을 완주했을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리고 또다시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도 있다) 40대 기수였던 후보에서 정치·행정 경험까지 갖춘 원숙한 주자가 됐다.

원 지사의 최근행보는 광폭이다. 서울과 제주에서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 야권의 대표주자로 선명성을 강조하고, 텃밭에서는 도민들을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25일 송악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난개발 우려에 대한 마침표를 찍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틀 뒤엔 한국판 뉴딜을 제주가 선도하겠다며 제주 뉴 프런티어 전략을 발표했다. 도민사회를 향한 외침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그에게 기대를 갖는 것 보다는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도민이 더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무슨 연유때문일까. 취임초기 과거의 도정과는 달라질 것이고, 재임기간 중 많이 달라졌다는 이미지만 남겼지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여론이 핵심이다.

원 지사는 아직 제주에서는 대권도전 선언을 하지 않았다. '택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발표한 정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원 지사가 처음 이름을 올렸는데 1%였다. 제주인구가 전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가 비슷하다. 초라한 숫자지만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제주도민들의 관심사는 여야 정치권의 공방도, 원 지사의 대권행보도 아니다. 원 지사가 제주도 공무원들을 제대로 이끌면서 갈등은 해소하고, 난제는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고픈 것이다. 최근 중앙언론에서 언급하는 '제주천재' 원희룡은 학력고사와 사법고시를 수석합격할 당시 원희룡이다. 천재가 정치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도민들은 '천재'를 원하는게 아니라 '둔재 도지사'가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다.

원 지사가 승천(昇天)을 위해 제주를 떠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계속 도민으로 남아 생활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상윤 편집국장>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